OTTㆍ숏폼에 이용률 줄고 中 약진에 국산 경쟁력 위협
“모바일 RPG 편중 사업구조 투자자 끌어들이기 어려워”

게임주가 유저 이탈과 중국 게임의 공세에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KRX 게임 TOP10 지수는 3.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 테마지수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펄어비스(34.30%), 엔씨소프트(10.05%) 등을 제외하면 더블유게임즈(-0.19%), 넷마블(-6.38%) 등 중형주보다 시프트업(-43.93%), 크래프톤(-22.40%) 등 대형주 타격이 더 컸다.
게임 소비 감소에 따른 시장 구조 재편이 게임 섹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3일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게임 이용률은 지난해 대비 9.7%포인트(p) 낮아진 50.2%로 집계됐다. 이는 콘진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6.8%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게임 시장이 양적 성장 흐름에서 벗어나 하락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게임이용자 중 86.3%는 OTT와 TV, 영화 등 영상 시청에 여가를 할애하며 게임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숏폼 콘텐츠 확산은 게임 이용 비중을 낮출 뿐 아니라 이용자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 게임 경쟁력이 강화되며 국산 게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뼈 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중국 게임 개발 역량이 크게 향상돼 국산 게임의 획일화한 수익 구조와 과금 체계, 반복적 플레이 패턴에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이 해외 게임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줄어드는 게임 플레이 시간 내에서도 외산 게임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RPG에 집중된 게임사 사업구조가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년 글로벌 게임 시장의 관심이 PC와 콘솔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내년 모바일 게임 산업은 전년 대비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PC(3.2%), 콘솔(6.8%) 성장률을 밑도는 규모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들은 2022년 이후 PC와 콘솔 개발에 본격 착수했지만, 대부분 일정 지연과 기대 이하 성과로 투자자 실망을 키웠다”며 “다작으로 체력을 유지해온 기업은 방어에 성공했지만,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내년 신작 출시나 비용 절감에 성공하는 게임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출시가 예정된 신작은 펄어비스 ‘붉은사막’과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Origin’, 크래프토 ‘팰월드 모바일’,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이 있다. 구글과 에픽게임즈가 약 5년간 이어온 앱스토어 독점 분쟁이 합의로 마무리되며 인앱결제 수수료 인하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남 연구원은 “업황의 드라마틱한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주요 기대작 출시 시점에 맞춘 선별적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구글과 에픽게임즈 소송의 포괄적 합의로 인앱 결제 수수료 인하와 외부 결제 시스템 허용 등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 게임사들도 점진적으로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등이 돌파구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연구원은 “개발 인력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AI를 통한 그래픽·애니메이션 제작 자동화는 효율 개선 여지가 크다”며 “실제 텐센트, 넷이즈 등의 AI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중국 게임사를 중심으로 인력 증원 없이 빈번한 업데이트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 만족을 끌어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