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이민자 유입이 지역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국내로의 이민자 유입이 지역 물가를 안정시키고 내국인의 실질 구매력을 높인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거나 임금을 낮출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서비스 물가 하락을 유도해 오히려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연구 결과다.
산업연구원이 28일 발표한 ‘이민자 유입이 지역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39개 주요 도시를 분석한 결과 이민자 유입 비중이 10%포인트(p) 증가할 때 비교역재(서비스) 가격 수준은 0.6%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연구원은 이민자 유입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노동 공급 △수요 구성 △수요 규모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 중 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노동 공급' 경로였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저숙련 이민자 노동력이 서비스 시장에 유입되면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절감됐고, 이것이 서비스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민자 종사 비중이 높은 간병, 가사 등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와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가격 하락 효과가 뚜렷했다.
주목할 점은 교육 서비스와 주택 임차료의 하락이다. 보고서는 "이민자는 내국인에 비해 사교육 수요가 낮아 학원비 등 교육 서비스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며 "교육열이 높은 지역(학군지)에 대한 선호가 내국인보다 덜하기 때문에 주택 임차료 상승세도 일부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식료품 등 교역재의 경우, 인구 증가 자체에 따른 총수요 확대로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내국인 임금 잠식' 현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민자 유입이 저·중숙련 내국인의 임금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내국인과 이민자의 노동 시장이 완전히 겹치지 않아 대체 관계가 성립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민자 유입은 결과적으로 서비스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내국인의 살림살이는 더 나아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물가 하락 효과와 임금 유지 효과가 결합되면서 내국인 가구의 실질 구매력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졸 이하 가구는 최대 4.09%, 고졸 가구는 최대 3.96%의 구매력 증가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이민 정책이 단순한 인력 채우기를 넘어 물가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비스 분야의 인력난 완화와 물가 안정을 위해 유학생 등을 활용한 노동 공급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단순 아르바이트에 그치지 않고 졸업 후에도 지역 인력난 업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직종 연계형 체류 트랙'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