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월세 최고 82만원…대학가 원룸, 면적·층수·역세권 따라 격차↑

▲서울 소재의 한 대학가 게시판에 원룸 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시장에서 면적·층수·역세권 여부에 따른 임대료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조건에 따라 월세 격차가 최대 40%까지 벌어지는 구조가 확인됐다.

28일 부동산 플랫폼 집품은 이 같은 내용의 연희동(연세대·이화여대), 신림동(서울대), 왕십리(한양대), 회기동(경희대), 흑석동(중앙대) 등 대학가 5곳의 월세·전세·매매 실거래 50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집품은 동일 권역 내에서도 전용면적, 층수, 역세권 여부 등 세부 조건이 임대료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세 평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왕십리로 70만~82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어 흑석동(65만~80만 원), 연희·신촌(50만~67만 원)이 뒤를 이었다. 월세 평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신림동으로 42만~55만 원 범위로 조사됐다. 대학가라는 공통분모가 있어도 지역별 수요층과 주거 상품 구성에 따라 월세 레벨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층수에 따른 가격 차이도 대학가 전역에서 관찰됐다. 왕십리는 5층 이상 월세가 1~2층 대비 18% 더 비싸 대학가 중 격차가 가장 컸다. 이어 흑석동은 10% 수준, 연희·신촌은 7% 등이었다. 반면 신림동은 5% 미만, 회기동은 3~4%로 층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왕십리의 경우 신축 오피스텔 비중이 높아 고층 선호가 가격에 직접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흑석동 역시 대학과 병원 접근성이 맞물리며 고층 선호도가 강하게 나타난 지역으로 분류됐다. 연희·신촌은 3~4층에서 상승폭이 나타나지만 5층 이상에서는 추가 상승이 크지 않아 ‘중층 선호’ 양상을 보였다고 집품은 설명했다. 신림동은 역 접근성이 가격 결정의 절대 요인으로 작용해 층수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회기동은 공급량 안정성 영향으로 격차가 작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면적별로 보면 18㎡ 이하 초소형 원룸의 월세 단가가 가장 높았다. 초소형 원룸은 일반형(19~26㎡) 대비 ㎡당 단가가 평균 22~28% 높은 구조를 보였다. 특히 왕십리·신촌처럼 직장인과 학생 수요가 겹치는 지역일수록 단가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면적에 따른 월세 단가를 살펴보면 ㎡당 월세 단가는 왕십리(3만4000원)가 가장 높았고, 흑석동(2만9000원), 연희·신촌(2만6000원), 신림동(2만3000원), 회기동(2만1000원) 순이었다. 최고 단가 지역인 왕십리와 최저 단가인 회기동의 단가 격차는 약 1.6배에 달했다.

집품 관계자는 “서울 대학가 원룸 시장에서 면적 축소는 더 이상 월세 절감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전용 15㎡ 전후 초소형 원룸은 총 월세는 낮지만 단가가 매우 높아 수요층이 뚜렷하게 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주요 대학가 지역 월세 상승률. (집품)

최근 3년 월세 상승률에서도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왕십리는 11.6%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흑석동은 9.1%로 뒤를 이었다. 연희·신촌은 5.6%, 신림동은 4.3%, 회기동은 2.5%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왕십리와 흑석동이 대학가 임대료 상승을 주도한 배경으로는 △지하철역 접근성 △신축 또는 준신축 원룸 비중 △직장인·대학생 혼합 수요 등이 공통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회기동은 상승률이 가장 낮아 가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원룸 시장이 ‘학생 시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직장인과 단기 거주 수요가 유입되면서 같은 대학가 안에서도 건물 연식, 층수, 면적 같은 ‘디테일’이 가격을 크게 갈라놓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집품 관계자는 “왕십리·흑석처럼 지하철역과 대규모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대학생보다 직장인 원룸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학가 원룸은 더 이상 동일 지역 안에서 가격이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고, 건물 연식·층수·면적 등 세부 조건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소형 원룸의 월세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어 향후 대학가의 소형 주거는 ‘총 월세는 낮지만 단가가 매우 높은 형태’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생뿐 아니라 단기 직장인·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수요층이 형성되며 대학가는 점점 ‘복합 임대 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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