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로 K-제약바이오 날개 꺾는 정부

지난달 28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약가관리 합리화 일명 ‘약가인하’에 대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반응이다. 내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개편된 약가 산정체계 시행으로, 정부는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한다.
한 달 전 필자는 ‘봄날의 햇살 K-제약바이오’ 글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활짝 웃으며 훈풍을 맞고 있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등 총액 약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전 성과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 K-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어서였다. 특히 우리 기업 자체 힘으로 성과를 내고 있단 점에서 정부가 더 많은 산업 육성을 지원하길 기대했다.
이에 지난달 발표한 약가인하는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 약가 일괄 인하로 K-제약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환자 약제비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한다.
하지만 약 20년 넘게 형태만 바뀐 약가인하 정책은 재정절감 등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 제네릭 의약품 시장 효율화와 재정절감을 명분으로 정부는 ‘단일 약가제’와 제네릭 균일약가 적용 등을 통해 특허만료 1년 후 의약품과 제네릭 약가를 53.55% 수준으로 강제 인하했다. 그러나 올해 7월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2년 약가인하 정책은 비급여 의약품 비중 증가 등 기업 행태 변화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의 총 약제비 부담 증가를 유발할 수 있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처럼 K-제약바이오 산업은 단순한 수익 창출의 수단이 아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국가적 감염병 위기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보건안보의 핵심 보루이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국가 전략 산업이다. 이번 약가인하는 산업 특성을 무시한, 오로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직접 제약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고, 규제를 과감히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약가인하 정책에 산업의 날개가 묶이려고 한다.
국내 제약기업의 막대한 신약 연구개발(R&D) 자금의 원천으로 안정적인 제네릭 수익 구조는 필수다. 이 구조가 무너지면 신약개발은 물론 고용 유지와 설비 투자 등이 위축될 수 있다. 결국 K-제약바이오 5대 당국 도약이란 정부의 목표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약가인하로 기업들의 갑작스러운 수익성 악화는 의약품 공급망의 위기로 이어지고, 수익성 낮은 필수의약품 생산중단 피해는 고스란히 약을 구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재정 절감을 위해 깎은 약값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셈이다.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통과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재정 절감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파트너’로 보는 정부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가 K-제약바이오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봄날의 햇살처럼 K-제약바이오가 훈풍을 맞을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상생에서 길을 찾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