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취업자 17개월째 감소⋯"안전망 강화 등 선제 대책 필요"

정부가 내년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해 7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고,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 고도화 정책에 비해 정작 부진의 늪에 빠진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 유지·보호를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 'M.AX(맥스) 얼라이언스 제1차 정기총회'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 계획에는 △데이터 생성·공유·활용 △부문별 AI 모델 개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AI 팩토리 수출 산업화 △지역 AX 확산 등 5대 중점 추진 과제가 담겼다.
정부는 내년 AI 관련 예산 중 7000억 원을 이들 과제와 M.AX 얼라이언스 지원에 집중 집행할 계획이다.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나 '고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대규모 산업 육성책을 발표할 때면 '고용 창출 효과 OO만 명'과 같은 수치를 훈장처럼 내세우던 관행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여기에 제조업 AI화로 향후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현장 근로자의 직무 전환교육 등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고민도 전무하다.
이번 정책의 핵심 키워드들은 가뜩이나 줄어드는 일자리를 더 빠르게 지워버릴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다크팩토리(불 꺼진 공장)'의 수출 산업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대책에서 다크팩토리를 '최고 수준의 자율공장'으로 정의하고, 공정 설계부터 공정 효율화, 공급망 관리(SCM), 물류 최적화까지 제조 전(全) 단계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장의 두뇌부터 손발까지 모두 AI로 대체해 사실상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무인 공장을 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와 달리, 현재 우리 제조업의 고용 현실은 '최악'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 1000명 줄며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의 '고용 한파'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바라는 제조업 AI화는 더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또한 정부가 이번 총회에서 성공 사례로 꼽은 HD현대미포는 AI 로봇 투입으로 작업 시간을 12.5% 단축했다.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 향상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그만큼 인간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신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과 미스매칭 문제를 고려할 때 AI 도입 초기에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적 효과'가 크지만 단순 인력, 전문 인력에 대한 고용 충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술 고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대체 문제에 대해 재취업 프로그램,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의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