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증여에 기업대출 동원까지...부동산 위법 의심 거래 1002건 적발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이상거래 의심사례.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매수인 A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130억 원에 매입하면서 거래 자금 가운데 106억 원을 부친에게서 무이자로 빌려 조달했다. 차용증이나 이자 지급 내역이 확인되지 않아 사실상 편법 증여가 의심돼 국세청 통보 대상에 포함됐다.

또 다른 B 개인사업자는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7억 원을 사업과 무관하게 아파트 매입에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대출 자금 목적 외 사용으로 분류됐다.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2025년 하반기 실시한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 결과 총 1002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경기 주택 이상거래 △실거래가 띄우기 △특이동향 등 세 분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주택 이상거래 조사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기존 서울 중심 조사에서 범위를 넓혀 과천·성남 분당·수정구, 용인 수지구, 안양 동안구, 화성 전역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5~6월 거래 신고분을 들여다봤다.

조사 대상 1445건 가운데 위법 의심 거래는 673건, 위법 의심 행위는 79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7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는 101건으로 과천과 성남 분당구 등에 집중됐다.

위법 의심 유형을 보면 특수관계인 간 자금 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 의심 사례가 496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나 법인 등 특수관계인이 매수자에게 거액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이 없거나 적정 이자가 지급되지 않은 경우다.

개인사업자가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주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135건 적발됐다. 거래 금액이나 계약일을 실제와 다르게 신고한 사례는 160건이었다.

국토부는 또 아파트 신고가 거래 후 계약 해제를 반복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아파트의 2023년 3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거래 신고분 가운데 가격 띄우기 의심 사례 437건을 조사한 결과, 142건의 거래에서 161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확인했고 이 중 10건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표 사례로는 법인과 해당 법인 임원 가족 간 거래를 통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신고한 뒤 계약을 유지하다 해제하고 이후 제3자에게 재매각한 경우가 포함됐다. 가족 간 거래를 통해 신고가를 만든 뒤 장기간 계약을 유지한 사례 역시 허위 신고가 의심돼 수사 대상이 됐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미성년자의 다주택 매입, 신축 아파트 분양권 저가 거래 등 특이동향에 대한 기획조사도 병행했다. 올해 1~7월 거래 신고분 334건을 조사한 결과, 187건의 거래에서 250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했다.

이 중에는 만 8세 이하 미성년 남매가 부친 자금을 활용해 연립·다가구 주택과 아파트 등 25채를 매입한 사례도 포함됐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전세보증금 승계 방식으로 다수 주택을 매입한 점에서 편법 증여와 전세 사기 가능성이 제기돼 국세청 통보와 함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현재 하반기 거래 신고분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9~10월 거래 신고분은 서울·경기 규제지역뿐 아니라 구리·남양주 등 풍선효과 우려 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에도 실거래가 띄우기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계약 해제 사유를 유형화해 허위 신고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투기적·불법적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실수요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