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격화에 수익화 불투명, 승패요인은 자본력·데이터 접근성·거버넌스 역량

인공지능(AI)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지만, 그 효과는 산업과 기업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아울러 내년엔 AI 산업 전반에서 기술 혁신과 함께 재무·운영·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4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인공 지능, 글로벌 2026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2030년까지 AI가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 주요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일부 산업에서는 신용도 개선이 기대되는 반면, 다른 산업에서는 파괴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확산이 전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선별적 충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무디스가 제시한 산업별 히트맵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자동차, 은행, 보험, 자산운용 업종은 AI 활용에 따른 생산성 제고와 비용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로 분류됐다. 특히 은행·보험·자산운용 업종은 사기 탐지,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자동화 등에서 AI 도입 효과가 신용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이는 충분한 데이터와 인프라, 내부 통제 역량을 갖춘 선도 기업에 한정된 효과라는 단서가 붙었다.
반면 미디어, 리테일, 일부 기업·소비자 서비스 업종은 AI확산에 따른 경쟁 심화와 가격 압박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는 산업으로 지목됐다. 무디스는 AI가 해당 산업 발행사의 10% 이상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자동화와 생성형 AI 확산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규모와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수익성과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통 제조업과 인프라·운송, 석유·가스, 부동산, 유틸리티 등은 AI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거나 제한적인 산업으로 분류됐다. AI 도입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대규모 설비 투자와 규제, 에너지 비용 등 구조적 요인이 신용도 변화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이들 산업에서 AI는 ‘게임 체인저’라기보다 보조적 효율 개선 수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무디스는 “AI 경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기술 자체보다는 자본력, 데이터 접근성, 거버넌스 역량”이라며 “AI 확산 국면에서 산업별·기업별 신용도 양극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