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채권 전문가들은 일본 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과 확장 재정 기조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로 재차 상승한 가운데, 호주와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신호가 글로벌 금리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정책 여건은 일본과 다르다는 인식 속에 국내 금리는 장단기물 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일 재정 확대에 따른 물가 경로는 유사하지만, 기준금리 경로까지 동일하게 따라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국내 채권시장은 장단기물의 방향성이 엇갈리며 커브 스티프닝 흐름 속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로 다시 상승한 가운데, 호주중앙은행(RBA) 12월 의사록에서 향후 어느 시점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알려지며 채권시장 전반에 약세 압력이 이어졌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기존의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지만, 단기물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미국 채권시장은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4.3%로 발표되며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고, 이에 금리는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개인소비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지표가 통화정책 경로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우세해지며, 금리는 점차 보합권으로 되돌아왔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 일본 중앙은행은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대미 관세 불확실성 완화 국면에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데 대한 대응이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0.75%의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금리 하단과 거리가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다만 경제 및 물가 데이터를 면밀히 점검해 향후 정책 방향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예상된 금리 인상이었지만, 엔화는 기자회견 직후 약세 폭을 확대했다.
다카이치 총리 당선 이후 12월 BoJ 회의까지 국내 채권시장은 일본 채권시장 흐름에 주목해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의 추경 예산안이 공개된 11월 말 이후를 보면, 장기 국고채 금리는 미국보다 일본 장기채 금리에 더 연동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는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전환이 현재 한국 정부의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본의 추경안 규모는 약 18.3조 엔으로, 명목 GDP 대비 3%에 달하는 대규모 확장 지출이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30.5조 원의 추경을 시행했고,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추경 포함 예산 대비 24.6조 원을 늘렸다. 현 정부의 추가 지출 규모는 명목 GDP 대비 2.2% 수준이다. 경제 성장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향후 물가 상승 우려가 부각되는 점도 공통적이다. 한국은 민생지원금 지급 등으로 M1 통화량 증가율이 상승했고, M2 통화량 증가율도 반등했다. 일본의 M1 통화량 증가율은 올해 4월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지만, 향후 보조금 지급 등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지출이 빠르게 집행될 경우 M1이 먼저 증가하고, 이후 M2 통화량 증가로 이어진다. M2 통화량 증가는 추세적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번 BoJ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도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일본은 정부가 성장 정책을 주도하고,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 기조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 조합은 11월 말 이후 한일 채권금리 연관성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펀더멘털 흐름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일본처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 금리 상승 흐름에 국내 국고채 금리가 그대로 연동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