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영업 중단에도 CMS 5000억 달해
4조 원 달하는 자산으로 투자 수익도 기대

예별손해보험(전 MG손해보험)의 매각 절차가 재개됐다.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노조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그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인수전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예별손보 매각을 위해 주요 손보사와 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인수 수요를 타진하고 있다. 과거보다 인수 후보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예보는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예별손보 예비입찰을 진행한 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원매자를 대상으로 약 5주간의 실사를 거쳐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원칙적으로 최소 두 곳 이상의 인수의향자가 참여해야 본입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2차 매각 공고에 동일 원매자가 다시 참여하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예별손보는 MG손보의 부실 정리 과정에서 예보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보험사다. 가교보험사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되며 직원 수는 455명에서 255명으로 줄어들었다. 직원수가 줄어들면서 인건비 부담이 낮아졌다.
무엇보다 이번 매각의 가장 큰 변화는 노조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이다. 과거 MG손보 시절에는 노조가 실사 및 매각 절차에 강하게 반발하며, 메리츠화재 인수 추진이 무산되는 등 반복적으로 거래 성사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매각이 최종 무산될 경우 보험 계약이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로 이전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의 고용 승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현재 노조는 매각에 협조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급여력(K-ICS) 비율은 정상화까지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예보의 지원금이 2000~3000억 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상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보험계약마진(CSM)이다. 예별손보의 CSM은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SM은 보험계약 체결 이후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하는 지표로, 보험사의 중·장기 수익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다. 신규 영업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CSM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인수 이후 수익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현재 예별손보는 신규 보험 영업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 활동도 제한돼 있다. 보유 자산 역시 국고채 등 보수적인 운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매각이 완료돼 정상 보험사로 전환될 경우, 자산 매각과 함께 투자 전략을 재정비하고 수익률 제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경우, 운용 역량에 따라 연 4~5% 수준의 투자 수익률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대형 손보사들은 대체투자와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이와 유사한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단순한 부실 보험사 정리를 넘어, 손보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 시장은 소수 대형사가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신규 진입 장벽이 높다. 이에 따라 중소형 손보사나 손보 포트폴리오가 약한 금융지주, 혹은 보험업 진출을 검토 중인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예별손보 인수가 단기간에 보험 자산과 영업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하면 인력 구조조정과 노조 리스크 해소, 의미 있는 규모의 CSM 등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히 있다"며 "자본 확충 부담이라는 전제는 남아 있지만, 조건이 맞는 원매자에게는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매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