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버스가 멈추는 곳에 은행이 있다⋯이동점포 ‘위버스’ [가보니]

줄어드는 영업점…길 위에서 만나는 포용금융
버스 안에서 입출금ㆍ통장정리 등 은행 업무
디지털 사각지대 비춰⋯고객 응대도 세심하게

은행 가려면 멀리 나가야 했는데 이렇게 와주니까 참 고맙죠.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 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Webus)'가 서 있다. (박진희 수습기자 jinhee12@)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 22일 동짓날.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 파란색 버스 한 대에 고령자들이 삼삼오오 올라탔다. 한 손에 통장을 든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Webus)' 고객들이다.

3년 넘게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복래(61) 씨는 잔돈 교환을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이곳을 찾는다. 김 씨는 "복지관 내 구내식당과 카페는 장애인들의 실습을 위해 현금을 사용한다"며 "매주 위버스에서 인출, 잔돈 교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고령자와 같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어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위버스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취임 이후 강조해온 ‘상생·포용금융’의 연장선에 있다. 은행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최근 중·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연 7%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도 내놓으며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위버스는 △월요일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화요일 역촌 노인종합복지관 △수요일 송파 노인종합복지관 △목요일 서울맹학교 등을 정기적으로 돌고 있다. 서명성 우리은행 부부장은 "금요일은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금융서비스가 닿을 수 있도록 여러 복지관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버스 내부에는 은행 창구를 압축해 옮겨놨다. 일반 영업점과 같은 전산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입출금·통장 정리·카드 발급·제신고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대출·투자상품 가입은 할 수 없고 카드는 즉시 발급이 아니라 배송으로 수령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고객 응대도 남다르다. 백은주 우리은행 부부장은 고령층 고객을 배려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업무 과정을 설명했고, 서 부부장은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문을 열며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도왔다. 창구 책상 모서리에 보호 가드가 덧대어져 있는 등 곳곳에서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은 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Webus)'에서 한 여성 고객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은행 이동점포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은행 지점 수는 해마다 감소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점 수는 9월 기준 3024곳으로 1년 새 207곳이 줄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금융은 확대됐지만 디지털화에 낯선 소외계층에게는 은행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 장애인 복지관에서도 가장 가까운 은행 지점은 1km 넘게 떨어져 있어 고령층이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김동수(67) 씨는 “요즘 은행 지점이 줄어 일 보기가 쉽지 않다"며 “복지관 이용자들은 멀리 걸어 다니기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매번 와주니 참 고맙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은 우리은행 이동점포 '위버스(Webus)'에서 한 남성 고객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dove@)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오렌지 주스를 챙겨 위버스를 찾았다. 그는 위버스 덕분에 복지관의 수납 업무가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관 내 카페나 프로그램 수익은 항상 다음날까지 입금하는 시스템"이라며 "우리은행(위버스)이 매주 와줘서 입금 업무가 수월하고, 든든하다"고 미소 지었다.

위버스는 은행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대신해 오늘도 길 위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일상이 된 현재,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직접 마주하는 은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현장은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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