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美 베네수엘라 봉쇄 작전에 경제 붕괴 위기 직면

쿠바, 베네수엘라산 원유 의존도 40%
美 유조선 나포에 베네수엘라 수출량 급락
전문가 “대체 원유 없어 쿠바 경제 붕괴 위험”

▲20일(현지시간) 미국이 베네수엘라 해역에서 유조선을 나포하기 전 미 해안경비대 헬기가 그 근처를 비행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작전을 시행하며 원유 수출을 봉쇄하며 이미 경제 상황이 나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크게 의존해오던 쿠바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차단 작전이 지속 강화하며 쿠바가 에너지 대란에 빠질 가능성이 급증했다.

WSJ은 “이미 식량 부족과 잦은 정전과 인구 유출에 시달리고 있던 쿠바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전력망을 지탱하는 핵심 수단이었다”면서 “미국의 원유 봉쇄 조치로 이미 석유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던 쿠바의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쿠바의 경제난은 2020년부터 본격화했다. 미국이 장기간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범유행)으로 인한 관광 수입 급감이 그 원인이 됐다.

그러던 중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압박하기 시작하며 찾아온 에너지난으로 인해 쿠바의 경제난 심화가 더욱 본격화했다.

쿠바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베네수엘라에 반체제 인사 색출을 도울 요원들을 파견하는 대가로 하루 약 10만 배럴의 석유를 저렴하게 공급받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하루 공급량은 약 3만 배럴로 줄었지만, 양국의 연대는 유지돼 쿠바는 저렴한 가격에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공급받아왔다. WSJ에 따르면 쿠바가 수입하는 원유의 40%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0일부터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봉쇄조치를 강화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량의 약 70%는 이러한 유조선들에 의존해온 만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역량이 크게 약화했다.

WSJ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자료를 인용해 PDVSA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쿠바에 수출한 하루 평균 원유량은 2만7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하루 평균 3만2000배럴)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공급이 급감하면 쿠바 경제가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WSJ은 쿠바인의 90%가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여 있고 78%는 쿠바에서 탈출한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위기가 소련 붕괴 이후보다 더 길고 가혹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2020년 이후 쿠바 인구의 약 25%에 해당하는 270만 명 이상이 쿠바를 떠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호르헤 피뇽 미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쿠바에겐) 베네수엘라 원유를 대체한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원유 부족이 쿠바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1척을 추적하고 있다. 해당 선박도 나포할 경우 3번째 유조선 나포가 된다. 미국이 유조선 나포를 지속할 경우 카리브해의 긴장감이 더 커지며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유조선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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