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배구조 모범관행 준수해 인선
주주환원ㆍ생산적 금융 등 장기 과제 많아
절차적 투명성 강화 등 자정 노력 병행해야

금융권이 다시 한번 ‘지배구조 외풍’에 휩싸였다. 최고경영자(CEO) 연임과 승계 절차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비판 대상이 되면서 금융당국의 후속 조치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금융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 성과와 연속성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 온 민간 자율 영역의 CEO 인선이 정치·정책 이슈로 부상, 노골적인 관치금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융회사들이 중장기 전략보다 당국의 시선을 의식한 의사결정에 치우치며 보신주의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금융회사 스스로 CEO 인선의 절차적 투명성을 한층 강화해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회사들은 지난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 우리금융, BNK금융 등 CEO 인선 절차가 진행 중인 곳들의 긴장감은 더 크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임 절차가 이뤄지는지 의문이 드는 투서들이 빗발치고 있다”며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금융권은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이미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CEO 선임과 승계 절차를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연임 후보를 포함한 복수 후보를 검토하고 경영 성과·리스크 관리·내부통제 이행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해 의결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일방적인 주장인 ‘투서’를 근거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회사 특성상 CEO 인선에는 전문성과 함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불가피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임기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핵심 가치인 주주환원이 대표적이다. 이는 이번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직결된다. 주요 금융지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주주환원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신한금융, 하나금융의 경우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제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의 핵심 평가 기준인 주주환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CEO가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이나 미래 신산업 육성 등 생산적 금융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계속 끌고 가려는 의지는 당시 이를 직접 발표하고 구상해 결재한 CEO가 가장 크기 마련”이라며 “임기를 짧게 가져갈 경우 장기 과제는 동력을 잃고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보신주의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권은 관치금융이 심화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폐쇄적인 후보군 관리 등 ‘깜깜이 인선’을 없애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도 ‘셀프 선임’, ‘참호 구축’ 등 금융사 CEO 인선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라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금융회사들도 CEO 인선에서 논란이 될 만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