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9703억 원 대비 75% 증가
환테크 상품 아냐⋯금융당국 '예의주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달러보험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1100원대였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올해 4분기 평균 환율은 1450원 수준까지 오르는 등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자 달러 자산 선호 심리가 보험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달러보험은 환차익에 따른 '환테크' 상품이 아닌 만큼 단기 환율 변동을 전제로 한 투자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보험 누적 판매액은 이달 16일 기준 총 1조69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9703억 원과 비교하면 약 75%(7240억 원) 늘어난 규모다.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연말 누적 판매액은 전년 수준의 두 배에 근접할 전망이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외화보험 상품이다. 가입자가 원화로 납입한 보험료는 납입 시점의 환율에 따라 달러로 환전돼 적립되며 보험 기간 동안 달러 기준 이율이 적용된다. 만기나 보험금 수령 시점에는 적립된 달러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되며 환율에 따라 실제 수령액이 달라지는 구조다.
달러보험은 환율 상승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판매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올해 들어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이자 2월 5대 은행의 달러보험 판매액은 약 1250억 원으로 1월(733억 원)보다 1.7배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연초 환율 상승이 달러 자산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면서 달러보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외화보험은 환율이 높을 때 가입할 경우 초기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후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의 원화 기준 가치가 줄어드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보험 상품 특성상 계약 기간이 길어 환율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대표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달러보험 판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환율 상승 국면에서 외화보험 관련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외화보험은 환테크 목적의 금융상품이 아니며 환율 변동에 따라 납입 보험료가 증가하거나 지급받는 보험금과 환급금의 원화 가치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해외 금리 변동에 따라 보험금과 환급금이 달라질 수 있고 환전 과정에서 수수료 등 거래비용도 발생한다"며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할 경우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보험사들은 달러보험 수요가 늘고 있지만 판매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환율 급등 국면에서 금융당국이 외화보험 판매와 관련해 소비자경보를 내놓은 이후 업계 전반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면서 “가입 문의는 늘고 있지만 적극적인 홍보나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