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지주·은행 '책무구조도' 점검…“셀프점검·책임 전가 우려”

▲이찬진(가운데) 금융감독원장과 조용병(왼쪽 일곱 번째) 은행연합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금융권 책무구조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대표이사 책임 전가 우려와 이사회 감독의 형식화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일부 금융사는 제도 취지에 맞는 운영 사례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내부통제 체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제도 운영의 미흡 사례가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금융지주·은행을 대상으로 한 책무구조도 제도가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된 가운데 이번 점검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마련한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을 토대로 진행됐다.

특히 일부 금융사에서는 임원이 자신이 수행한 관리조치를 스스로 점검하는 ‘셀프점검’ 구조가 나타나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됐다. 총괄 관리의무 위임에 대한 명확한 내규 근거 없이 일부 항목만 임원 책무기술서에 기재해 책임이 임원에게 전가될 소지도 확인됐다. 이에 금감원은 임원의 셀프점검에 따른 이해상충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고 대표이사 총괄 관리의무 위임의 근거·대상·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와 임원의 관리의무가 중복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회사에서는 임원의 관리조치 보고와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보고에 유사한 조치가 반복 기재돼 구분이 어려웠다. 금감원은 총괄 관리의무와 임원 관리의무를 명확히 구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내부통제에 비해 전사적 위험관리 전략 수립과 이행 점검 체계가 미흡해 이사회나 위험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정책이 대표이사 책임 아래 체계적으로 집행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에 위험관리 정책 역시 대표이사 중심의 실효성 있는 집행·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와 내부통제위원회의 감독 기능도 형식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괄 관리의무 보고 안건이 이행 실적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적정성 평가와 개선 요구를 위한 판단 기준이 미비했다. 금감원은 이사회와 내부통제위원회가 중요도가 높은 사항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논의·평가할 수 있도록 점검 기준을 마련·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책무구조도 취지에 부합하는 모범 사례도 확인됐다. A사는 준법제보제도 외에 제재운영지침 내용을 점검 항목에 반영해 대표이사가 ‘상당한 주의’ 관점에서 총괄 관리조치 사유를 확대 운영하고 있었다.

B사는 특정 사업 부문이나 취급 상품의 이상징후 점검 과정에서 자산·영업수익 등 재무지표뿐 아니라 비예금상품 판매한도 달성 여부 등 비재무적 지표까지 포함해 점검 지표를 고도화했다. C사는 임직원 성과평가지표(KPI)를 점검하면서 금융사고 예방 효과와 불건전 영업행위 유발 가능성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병행했다.

이와 함께 D사는 검사 부서와 준법·현업 부서 간 금융사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 반복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으며, E사는 업권 내 중대한 금융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책무구조도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업권별·회사별로 제도 운영 편차가 존재하는 등 실효적인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번 점검에서 확인된 보완 필요 사항과 모범 사례를 업계에 안내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