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장관 "영화계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영화 질적 향상 함께 가야⋯"아니면 반짝 효과에 그칠 것"

영화관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 극장가는 여전히 관객 감소와 제작 편수 축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꺼내 든 카드가 구독형 영화 패스 제도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문체부 업무 보고에서 최휘영 장관은 극장 위기 돌파 방안으로 이 제도를 공식 언급했다. 최 장관은 "극장과 제작사, 영화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왔던 아이디어"라며 "이 제도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금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이 언급한 이 제도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처럼 월정액을 내고 자유롭게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극장판 OTT' 구상이다.
구독형 영화 관람의 원조는 프랑스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무제한 카드'는 월 20유로 안팎의 정액을 내면 제휴 영화관에서 횟수 제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제도다. UGC, 파테, 메가라마 등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도입했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팬데믹 이후 프랑스 영화관시장의 빠른 회복세에는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들에서 운용하고 있는 구독제 프로그램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도 'Stubs A-List'라는 구독형 패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주당 관람 편수 제한 △극장 체인별 요금 차등 △특별관 추가 요금 등으로 극장의 손실을 통제한다. 프랑스식 무제한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유한 구독' 모델에 가깝다.
두 사례를 참고할 때, 한국형 영화 패스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관람 횟수와 요금의 정교한 설계 △배급사 수익 배분 기준 마련 △독립영화관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 장치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극장을 싸게 많이 보는 제도로 접근한다면,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김세연 동국대 서사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구독 모델은 분명 가격 장벽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정작 극장에 걸린 콘텐츠가 OTT보다 재미가 없다면 구독료조차 낭비로 느껴질 것"이라며 "가격의 하향만큼 중요한 것은 콘텐츠 질의 상향"이라고 제언했다.
정새별 영화평론가는 "이미 많은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꺼이 추가로 지급할 만큼 파격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구독료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티켓값만이 한국영화 시장 침체의 원인은 아니다. 영화의 질과 다양성을 증진하려는 노력에 함께 힘쓰지 않으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