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쏠림 뚜렷…해외 포지션은 되레 감소
반대매매 리스크 재부상…변동성 장세의 그림자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이 다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증시에서 단기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자금이 유입되며 CFD 잔고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증거금을 포함한 CFD 명목잔액은 2조88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1조6179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CFD 잔고는 올해 초부터 서서히 증가세를 이어오다 6월 들어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하자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짧은 기간 동안 잔액이 빠르게 늘며 기존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만 납부하면 거래가 가능해 통상 주식 매입 금액의 40% 수준의 자금으로도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레버리지가 큰 만큼 수익 기회가 확대되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도 크다. 이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보다는 전문투자자나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거래돼 왔다.
또 CFD는 매수뿐 아니라 매도 포지션도 활용할 수 있어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 사실상 공매도와 유사한 투자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클수록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다. 최근처럼 장중 변동폭이 커진 시장 환경이 CFD 수요 확대의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CFD 시장은 한동안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었다. 2023년 4월 SG증권발(發)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레버리지 거래가 주가 급락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이후 금융 당국의 관리 강화와 투자자 경계 심리가 맞물리며 CFD 거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증시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수의 방향성보다는 하루 단위 등락 폭에 베팅해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늘면서 CFD가 다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와 해외 CFD 매수 포지션 잔고 흐름이 엇갈린 점도 눈에 띈다. 국내 주식 CFD 매수 잔고는 꾸준히 늘어난 반면, 해외 CFD 매수 잔고는 오히려 감소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확대되면서 코스피·코스닥을 중심으로 단기 매매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해외 증시는 대형 기술주 조정 등으로 투자 매력이 다소 낮아진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CFD 잔고 급증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함께 제기된다. 주가가 급락하면 유지 증거금이 부족해지면서 반대매도가 대거 발생할 수 있어서다. CFD는 증권사가 정한 유지 증거금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즉각적인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가 이뤄지고,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강제 청산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러한 반대매매 물량이 장중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다.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는 CFD발 매도 물량이 주가 하락을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처럼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국면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CFD는 변동성이 클수록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동시에 시장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며 “잔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주가 급변 시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