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 왕숙을 비롯한 3기 신도시 본청약에 수요가 대거 몰리며 청약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공급 기준으로 세자리수가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분양가와 입지가 확정된 본청약에서 수요가 다시 집중되는 모습이다. 다만 청약 열기와 별개로 분양과 입주 속도는 더뎌, 향후 관건은 공급의 실행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2일 마감된 남양주 왕숙 B-17블록 공공분양 일반공급은 128가구 모집에 1만402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09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역시 66가구 모집에 7476명이 몰리며 1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왕숙 B-17은 남양주 왕숙지구에서 처음으로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지만 3기 신도시 전체로 보면 청약 흥행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하남 교산 A2블록은 263.3대 1, 부천 대장 A7블록은 121대 1, A8블록은 13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고양 창릉지구에서도 A4블록 19.8대 1, S5블록 96대 1, S6블록 62.8대 1을 기록하는 등 본청약이 진행된 대부분 단지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이 형성됐다.
청약 수요가 몰리는 배경으로는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분양가가 이전보다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신도시 아파트 시세 대비 30~40%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로또 청약’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무주택 실수요자는 물론 일부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고 있다.
이번에 분양한 남양주왕숙 B-17블록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880만 원이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6억4000만 원이고 전용 55㎡는 4억6000만 원 수준이다. 인근 별내·다산·갈매 등지의 시세와 비교하면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을 낮춘 가격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4월 일반 분양을 실시한 부천 대장지구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59㎡ 분양가격이 최대 5억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원종지구나 괴안지구 민간아파트보다 5000만~1억5000만 원가량 저렴하다. 입주 시점을 고려하면 신축 경쟁력은 물론 최소 1억 원 시세 차익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공급의 속도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을 비롯해 하남 교산(3만7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1만9000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등 5개 지구, 총 18만60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공공주택은 8만7101가구로 전체의 약 47%를 차지한다.
그러나 올해 3기 신도시에서 본청약이 실시된 단지는 14곳, 7938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인천 계양 A2·A3블록을 모두 합쳐도 9044가구 수준이다. 전체 공급 계획 대비 약 4.9%에 그친다.
입주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뒤로 밀리면서 분양 이후 실제 입주까지의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공개한 아파트 블록별 공사비 집행률을 보면 인천 계양 A2·A3블록은 42% 수준이지만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등 다수 블록은 10%대 또는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빠른 인천 계양지구도 내년 12월 입주 예정이며 부천 대장지구는 2027년 11월, 남양주 왕숙은 착공과 공정 지연으로 2028년 이후 입주가 예상된다.
3기 신도시는 2018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되며 당초 2022년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질 계획이었지만 실제 청약은 2024년에 들어서야 시작됐다. 이에 따라 사업 발표 이후 첫 입주까지 8~9년이 소요되는 구조가 됐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가 수도권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공급처인 만큼, 사업 추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공급 물량 자체보다 언제 실제 시장에 투입되느냐가 집값 안정과 수요 분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실질적인 신규 공급이 제때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3기 신도시는 수요 흡수력이 큰 만큼 공급 시기를 더는 늦추지 않고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기 신도시에서 총 7537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남양주 왕숙(1곳·379가구) △남양주 왕숙2(2곳·1489가구) △고양 창릉(4곳·3881가구) △인천 계양(3곳·1290가구) △부천 대장(1곳·498가구)이 분양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