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도권만 불리한 예타 바꿔야”…대토론회 개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대토론회 포스터. (서울시)

서울시가 강북권 교통망 확충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다. 경제성 중심 평가로 수도권, 특히 강북 지역 철도 사업이 잇따라 좌초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강북 전성시대’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균형발전과 국가재정 효율화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대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연구기관·시의회·시민·언론 등 각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해 현행 예타 제도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현행 예타 제도는 2019년 개편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이원화해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도권 사업의 경제성 평가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제적 타당성 0.75를 기록한 서울 목동선은 탈락한 반면, B/C 0.27에 불과한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통과하는 등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제도 개편 이후 예타 통과 사례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뚜렷하다. 경제성 지표가 0.8 미만임에도 종합평가(AHP) 0.5 이상으로 예타를 통과한 사업 비율은 수도권이 2.4%(41건 중 1건)에 그친 반면, 비수도권은 20.3%(138건 중 28건)에 달한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강북횡단선, 목동선, 난곡선 등 서울의 주요 철도 사업 3개 노선은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해 시는 이로 인해 일평균 약 36만 명의 시민이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고 추산한다. 강북횡단선은 개통 시 7개 자치구, 인구 253만 명을 관통하며 하루 21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목동선과 난곡선 역시 각각 일평균 9만 명, 6만 명의 수요가 예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지금의 예타 체계는 지역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여건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더 세밀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는 평가 체계가 절실해졌다”며 “경제, 사회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제도를 다시 한번 살펴볼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두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이 ‘5극 3특 추진 방향과 수도권-비수도권 성장 전략’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최 연구위원은 수도권을 R&D·혁신·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육성하는 한편, 수도권 내부에서도 교통·주택 등 사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을 구분해 별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자체 관점에서 본 예타 평가항목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고 교수는 “2019년 예타 제도 개편 이후 수도권 사업의 경제성 비중이 기존 35~50%에서 60~70%로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사회적 편익이 큰 수도권 사업의 사업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평가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수도권 사업에 지역균형발전 항목이 적용되지 않는 구조 자체가 서울·인천·경기 내 저개발 지역의 인프라 확충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내 격차와 혼잡, 미래 수요를 반영한 평가 체계 마련과 함께 정책성·지역균형 항목의 가중치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에 예타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한 바 있으며, 이후 국토교통부·KDI·국회·시의회 등을 상대로 지속적인 제도 개선 요청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개정된 예타 수행 총괄·운용 지침에 대해서도 추가 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예비타당성 총괄지침 제59조를 개정해 수도권 내 균형발전 효과를 정책성 평가의 별도 항목으로 반영하고,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예타 운영지침 제50조와 관련해서는 광역적 공공기여 등 지자체가 확보한 재원을 활용한 균형발전 효과를 종합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가재정법상 예타 대상 기준 완화와 관련해서도 수도권의 특수성을 감안해 총사업비 기준을 2000억 원까지 추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5월까지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와 공동으로 심층 연구를 진행해 보다 정교한 예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추가 건의할 계획이다. 주요 개선 방향으로는 수도권·비수도권 이원화 구조 일원화, 수도권 통행 패턴과 고비용 구조 반영, 경제성 비중 조정, 정책성 내 수도권 균형발전 항목 신설, 신규 비용·편익 항목 도입 등이 제시됐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강북 전성시대를 현실화하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서울 강북권, 서부권 등 교통 소외 지역의 철도망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번 대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향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의 현실을 반영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예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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