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전체 부실징후기업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대기업 부실 징후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부실은 줄어든 반면 대기업 부실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업 신용 위험의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채권은행이 실시한 ‘2025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221개사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9개사 감소한 수치다.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부실징후기업은 204개사로 전년보다 15개사 줄었지만, 대기업은 17개사로 6개사 늘었다. 전년 대기업 부실징후기업이 11개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약 54.5% 증가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기업 증가가 두드러졌다. 대기업 D등급 기업은 전년 7개사에서 올해 14개사로 두 배 늘어나 증가율이 100%에 달했다. 반면 중소기업 D등급 기업은 103개사로 전년 대비 20개사 감소했다.
등급별로 전체를 보면 C등급 기업은 104개사로 전년 대비 4개사 늘었고, D등급 기업은 117개사로 13개사 줄었다. 표면적으로는 부실 위험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권에서는 부실이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큰 대기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부실징후 확대가 중요한 이유는 금융권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범위가 중소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인 기업으로 단일 기업의 부실만으로도 금융권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고 협력업체와 관련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 부실징후기업이 38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자동차(16개사), 도매·중개(15개사), 기계·장비(12개사), 고무·플라스틱(11개사), 전자부품(10개사)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부동산업과 전자부품 업종은 증가한 반면, 자동차와 기계·장비 업종은 감소했다.
다만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은행권 신용공여 규모는 올해 9월 말 기준 2조2000억 원으로 전체 은행권 신용공여의 0.1% 수준에 그쳐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약 1869억 원으로, 국내은행 BIS 총자본비율 하락 폭은 0.01%포인트(p)에 그칠 전망이다.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통해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유도하는 한편,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이 거래 기업에 각종 지원 제도를 안내·추천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