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여러 사항 고려해 결정해야”

삼성물산 지분 증여로 그룹 내 입지를 다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 복귀’를 통해 책임경영의 마침표를 찍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준감위에 등기이사 복귀와 관련한) 안건을 올린 적은 없지만, 이에 공감하는 위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준감위가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이제는 준감위가 더 말씀드리는 것보다 회사에서 여러 사항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2일 홍라희 명예관장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이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대상 주식은 180만8577주로, 지분율로는 1.06%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20.82%로 올라가며,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0%가 된다. 이번 계약 체결일은 지난달 28일이고, 증여일은 내년 1월 2일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5%)와 삼성바이오로직스(43.1%) 등의 지분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그룹 전반을 사실상 지배하는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이 이 회장에게 이전되면서,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실질적 영향력 확대에 상응하는 책임경영 요구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달리 회사 경영과 관련한 법적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위에 있다. 이 때문에 총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등기이사로서 공식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위원장은 수개월 전부터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문제에 같은 의견을 유지해 왔다. 10월에는 “직접 만나 건의하진 못했지만 책임경영 차원에서 복귀 필요성에 대한 위원회 내부의 일관된 생각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7월에도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