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임미화의 부동산, 가격 너머] ‘분화의 시대’ 접어든 부동산시장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

같은 지역에서도 가격·수요 갈리고
인구분포·생활인프라 더 중요해져
지역별 성향 맞춘 정밀정책 나와야

요즘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집값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지역이 살아남고 어떤 지역이 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어갈 것인가다.

2025년 한국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집값의 상승이나 하락이 아니었다. 시장은 더 이상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가격과 수요가 극명하게 갈라지는 ‘시장 분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국 평균 집값이나 단기 가격 흐름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한국 부동산은 이제 본격적으로 ‘분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분화는 먼저 인구와 수요 구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청년층과 고학력 인구, 양질의 일자리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핵심 생활권으로 더욱 집중되고 있다. 같은 시·군 안에서도 젊은 인구가 유지되는 지역은 거래와 수요가 이어지지만, 지방 중소도시의 변두리나 노후 주거지는 매매량이 급감하며 가격이 정체되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어디에 있는 집인가’보다 ‘어떤 인구가 남아 있는 지역인가’가 부동산 가치와 도시의 미래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둘째는 생활권과 입지에 따른 분화다. 대중교통 접근성, 직주근접성,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은 건축연한과 관계없이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반면 생활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은 신축 아파트조차 매수세가 약하다. 서울 내부에서도 지하철 접근성, 학군, 업무·상업 기능에 따라 아파트 가격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도시는 더 응축되고, 주변 지역은 더 빠르게 비어가는 도시 내부 불균형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상가 공실 문제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소비 인구 감소와 생활 동선 변화, 온라인 소비 확산으로 상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도심과 주거지 곳곳에서 상가 공실이 구조화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인구구조 변화, 소비패턴 전환, 공간 이용방식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구조적 결과다. 주거시장뿐 아니라 상업시장에서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구분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분화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 공사비 상승, 자금 조달 여건 악화는 시장 전체에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요가 탄탄한 지역은 버티거나 회복하지만, 구조적으로 수요가 약한 지역은 공실과 가격 정체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경기 순환만으로 회복되는 구조가 아니다. 지역의 조건과 수요의 질이 회복 여부를 가르는 시대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상승과 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선별의 문제다. 같은 정책이라도 어떤 지역에는 기회가 되고, 어떤 지역에는 부담이 된다. 공급 확대나 규제 완화 같은 단일 해법은 더 이상 모든 지역에 통하지 않는다.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은 효율적 이용과 관리가 중요해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신규 공급보다 빈집과 공실 관리, 생활 기능 유지, 공간 재편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부동산 정책 역시 평균이 아니라 지역별 조건을 전제로 한 정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2026년 부동산 시장을 읽는 핵심 키워드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적 분화’다. 이 분화를 외면한 채 과거의 상승·하락 프레임에 머문다면 시장의 신호를 읽지 못한 대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화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이다. 그것이 향후 부동산 시장과 한국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