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HBM 독주로 지속 가능성 시험대
현대차, SDV·자율주행 중심 전환 가속
LG, AI 시대 LG만의 정체성 요구

올해 재계를 짓눌렀던 최대 리스크는 ‘관세와 통상’이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 기업들은 공격 대신 방어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판이 바뀐다. 통상 변수의 영향력이 꺾이면서 외부 환경이 아닌 각 기업의 담대한 전략과 선택이 성패를 좌우하는 시가가 도래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올해 ‘회복 신호’의 흐름을 넘어 내년에는 ‘강력한 반등’이 필수적인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늘리면서, 고객사 수요에 적기 대응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AI 수요 확대로 다수 고객사의 주문이 예상되는 만큼, 수율과 신뢰 회복을 통해 실적 개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단순히 ‘기술 경쟁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관건은 수익 구조를 얼마나 빠르고 확실하게 정상 궤도에 올려놓느냐다. 수익성이 내년 삼성전자 재도약의 최종 지표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2026년에도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HBM 시장이 다자 공급 구도로 전환되면서, 현재 확보한 가격 협상력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숙제로 남아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보면 SK하이닉스의 수익 비중이 상당히 높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해당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호황 국면이 이어지더라도 변동성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중장기 수익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략 강화에 나선다. 내년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로보틱스, 피지컬AI를 핵심 축으로 기술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특히 SDV와 자율주행은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이번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전략적 파트너십과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차세대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AI 역량 고도화에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를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구축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B2B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과 수주 기반을 꾸준히 확대하며 ‘체력’은 확실히 다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체감할 만한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LG그룹 전체가 뚜렷한 수혜를 입지 못했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결국 LG 그룹이 가진 강점을 살려, AI 시대 생존 경쟁에서 ‘LG만의 색깔’을 어떻게 구축하고 명확히 제시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강조해온 ABC(AI·바이오·클린테크) 신성장 사업 역시 지속적인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LG전자는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환(AX)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내년에도 내부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