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2일 형량 선고 예정
트럼프, 시진핑에 석방 요구 등 국제적 관심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 재벌인 지미 라이가 15일 홍콩 법원에서 선동 및 외국 세력과의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CNBC에 따르면 홍콩고등법원은 이날 국가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외국 또는 외부 세력과 공모ㆍ음모한 협의로 라이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850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라이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 공산당의 몰락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며 “그 궁극적인 대가는 중화인민공화국과 홍콩특별행정구 국민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라이와 그가 운영한 신문 홍콩 ‘빈과일보(애플데일리)’가 홍콩 또는 중국을 상대로 제재나 봉쇄를 가하거나 기타 적대적 행위를 하도록 외국 정부나 중국 외부의 기관에 요청했다고 판단했다.
78세의 라이는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이 2020년 도입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기소됐다.
중국 공산당(CCP)의 가장 강경한 비판자 중 한 명으로 꼽혀온 라이는 국가보안법상 외세 공모 혐의 2건과 선동적 출판물 배포 공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해 왔다.
그는 2020년부터 구금 상태에 있으며, 재판은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2023년 12월 시작됐다. 형량 선고는 1월 12일로 예정돼 있다. 최대 종신형이 내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인 지미 라이 측에 내년 1월 2일 전에 서면 양형 사유를 제출하라고 했다.
라이가 1995년 6월 창간한 빈과일보는 중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2021년 6월 24일 자진 폐간했다.
라이의 유죄 판결 자체는 예상된 결과였지만, 홍콩에 있어 핵심 문제는 투자자 신뢰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앤드루 콜리어 선임연구원은 “이번 판결이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서 그다지 좋지 않다”면서 “사람들은 시민과 금융 커뮤니티의 권리를 보호해 줄 독립적인 사법 시스템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라이의 체포와 재판은 국제적인 관심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양국 관계와 중국의 대외 이미지 등을 언급하며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 국적인 라이의 석방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라이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영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CNBC는 이번 판결이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아시아의 주요 금융 허브 중 하나인 홍콩에서 민주적 야권 세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돼 온 정치적 변화의 최근 상황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또한 이번 판결은 31년간 유지돼 온 홍콩의 마지막 민주화 정당이 전날 해산된 데 이어, 지역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애국자 전용’ 입법회 선거가 치러진 직후에 나왔다.
홍콩 민주화 정당은 1994년 창당해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다음 해인 1998년 입법회 선거에서 60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등 홍콩 민주 세력을 대표해왔다.
그러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이후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됐고, 2021년 ‘애국자만 출마 가능’ 조건을 단 선거제 개편 등을 거치면서 야권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해 3월에는 시민당이 공식 해체했고 올해 6월에는 사회민주당연맹(LSD)도 해산했다.
외신들은 민주당의 해산이 홍콩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민주화 세력이 사실상 붕괴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는 다양했던 홍콩 반(半)자치 시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고했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