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금융 결합 해외건설 확대… 중견·중소 ‘진입 장벽’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센터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건설 산업이 인공지능과 글로벌 금융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대형 건설사와 중소·중견 건설사 간 체감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술 특화 기업의 참여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수혜가 대형사 중심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통해 EPC(설계·조달·시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 시티, 철도, 공항 등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수주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단순 시공을 넘어 금융 조달과 운영 역량까지 요구되는 구조다.

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2026∼2030년)의 일환으로 수립된 새 해외건설 정책 방향은 △핵심 기술 기반의 주력 모델 양성 △해외 건설 글로벌 금융 역량 강화 △활력 넘치는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해외 건설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시공 역량을 결합한 수주 모델을 본격 육성한다. AI 시티, 자율주행 도로, 디지털트윈 기반 하천 관리 등 신기술을 해외 인프라 사업에 적용해 차별화된 수주 전략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AI, 디지털트윈, BIM, IoT 기술을 건설 전 과정에 접목하고 제로에너지건축물 등 친환경 기술을 통해 독자적인 브랜드를 육성할 방침이다. AI 기술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해 해외 데이터센터 사업 수출도 확대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기술 중심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해 입찰부터 계약, 사업 수행까지 전 단계에 걸친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해외 발주처 수요에 맞춘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해외건설 R&D도 병행한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는 AI 모델을 탑재해 기업 맞춤형 기술 추천과 정보 제공 기능을 강화한다.

다만 AI 기반 설계·시공 기술과 글로벌 금융 조달 역량이 이미 대형 건설사 위주로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대형사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과 금융 구조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AI·금융 결합형 수주 모델 특성상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AI 기술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해외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설립에 활발한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등이 꼽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AI 분야는 대형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투자와 실험을 이어온 영역으로 기술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인력에서 중견사와 차이가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데이터센터 등은 국내 시공 실적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외 진출은 더 어려운데 시공 실적이 있어야 수주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국내 진입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해외 건설은 대형사의 영역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건설 사업은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발주되는 특성이 강해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주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증된 대형 건설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에 직접 공사를 맡길 유인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AI와 금융을 결합한 해외건설 정책이 대형사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중소·중견 건설사의 참여 폭을 넓히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소·중견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AI 모델을 탑재할 계획”이라며 “기업이 자사의 역량과 보유 기술을 입력하면 AI가 최근 해외 수주 수요와 유망 사업 분야를 제안하는 맞춤형 정보 제공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 단계부터 타당성 조사, 기술 개발, 해외 여건에 맞춘 기술 개량까지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중소·중견 건설사의 신사업 진출과 기술 육성을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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