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 지게차가 자재 나르고, 좁은 공간은 로봇이 대신 점검하고, 공사 정보는 AI로 확인합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건설사 역시 현장 적용 사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장 인력 고령화로 중장기 인력 부족이 불가피한 데다, 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건설사들이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특히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정밀하게 점검할 수 있어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AI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자율주행 지게차를 비롯해 자재 운반과 청소 작업에 로봇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국내 최초로 '원격제어 굴착기'를 현장 실증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에서 무인 건설을 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AI를 탑재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활용해 품질·안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스팟은 계단이나 협소한 공간 등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장 사진 촬영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사무실에서도 현장 상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관리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 로봇은 2022년 김포~파주 고속도로 현장을 시작으로 여러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GS건설은 AI 기반 정보 검색과 소통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공사 기준을 즉시 검색할 수 있는 ‘자이북’이 대표적이다. 자이북은 5000장이 넘는 GS건설 주택 공사 시공 기준 표준 시방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방서 등을 분석해 최신 기준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을 돕는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도 현장에 적용해 다국적 근로자 대상 안전교육과 작업 지시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DL이앤씨는 모든 주택 건설 현장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구현하고, 드론을 활용한 균열 자동 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드론 기술은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가 없는 환경에서도 작동하며, 균열 측정 시간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건설은 2023년 AI 기반 ‘흙막이 가시설 배면부 균열 추적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흙막이 가시설은 지하 굴착 시 토사 붕괴나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구조물로, 사고 위험이 높은 시설로 꼽힌다. AI를 통해 인근 건물과 도로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시각화해 사전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 대우건설은 AI 조경 설계를, 포스코이앤씨는 원격 제어 굴착기를 현장에 적용하는 등 주요 건설사들의 AI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도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기술 경쟁력이 곧 생존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건설 관련 AI 시장 규모는 2023년 32억2000만 달러에서 2024년 39억3000만 달러로 성장했으며, 2032년에는 226억80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위험 요소가 많고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라며 “AI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지능화는 안전 확보와 생산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향후 적용 범위는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