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에서 ‘처음(First)’이라는 수식어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지역 내 첫 진출 브랜드나 첫 번째 정비사업 일반분양 등 이른바 ‘1호’ 타이틀을 내건 단지들은 주거 기능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확보하는것이다. 이 같은 단지들은 시세를 이끄는 이른바 ‘대장주’로 자리 잡고 있다.
12일 아파트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의 첫 자이 브랜드 아파트인 ‘광안자이’ 전용 84㎡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868만 원으로 광안동 평균 1161만 원과 수영구 평균 1522만 원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첫 민간 분양 단지였던 ‘다산 유승한내들 센트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단지의 전용 84㎡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는 2679만 원이다. 다산동 평균 2240만 원과 남양주시 평균 1408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첫 분양이라는 상징성과 희소성이 실제 시세로 이어진 것이다.
기존 단지에서 형성된 프리미엄은 신규 분양 시장의 청약 열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공급된 ‘더샵 분당 티에르원’은 ‘분당 첫 리모델링 일반분양’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평균 10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기 신도시 분당의 완성된 생활 인프라 속에서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수요를 자극했다. 규제지역 지정 이전 승인으로 비규제 기준의 1순위 청약 요건이 적용된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8월 남양주 왕숙지구에서 공급된 ‘왕숙 푸르지오 더 퍼스트’ 역시 지구 내 첫 민간참여 공공분양 단지라는 상징성에 힘입어 1순위 평균 5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3년간 남양주시에서 공급된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이러한 가운데 연말과 연초에도 ‘최초’ 타이틀을 내건 단지들이 잇따라 분양을 앞두고 있다. GS건설은 내년 1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일대에서 ‘창원자이 더 스카이’를 분양할 예정이다. 창원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이후 처음으로 공급되는 개발 사업이다. 단지는 지하 5층에서 지상 49층까지 4개 동으로 조성되며 총 519가구 규모다. 전용면적은 84㎡와 106㎡로 구성된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1구역 재개발을 통해 ‘드파인 연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SK에코플랜트의 프리미엄 브랜드 ‘드파인(DEFINE)’이 서울에 처음 적용되는 사업장이다. 지하 4층에서 지상 20층까지 13개 동으로 조성되며 총 959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59㎡에서 115㎡까지 33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경의중앙선 가좌역이 가깝고 홍제천과 궁동공원 등이 인접해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
포스코이앤씨는 내년 2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정비사업을 통해 ‘오티에르 반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가 강남권에 처음 적용되는 단지다. 지하 4층에서 지상 20층까지 2개 동으로 구성되며 총 251가구 규모다. 전용면적은 44㎡에서 130㎡까지 다양하다. 일반분양 물량은 약 80가구다. 지하철 7호선 반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원촌초와 원촌중, 경원중 등이 인접해 학군 접근성도 우수하다.
이 밖에도 신일은 이달 중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새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비아프’의 첫 적용 단지인 ‘영종국제도시 신일 비아프 크레스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영종하늘도시 A19·A20블록에 지하 2층에서 지상 21층까지 11개 동으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84㎡와 114㎡로 구성되며 총 960가구 규모다.
업계에서는 퍼스트 단지가 상품성과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도 차별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퍼스트 타이틀을 지닌 단지는 건설사가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설계와 마감 등 상품성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시세 상승 폭도 크게 나타나는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첫 번째’가 지닌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