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반복되는 갈등에⋯서울 주택 공급 차질 우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관 법안이 의결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공식 회동한 뒤에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 정비창 주택 공급과 광화문 광장 ‘감사의 정원’ 조성 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커지면서 갈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지는 분위기다. 주택 공급을 진두지휘할 두 기관이 부딪히면서 당장 서울의 공급 전략 전반에도 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6000가구 수준 유지를 주장하는 한편, 국토부는 1만 가구 이상 공급을 통해 서울 도심 주택난 해소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용산 정비창 부지 약 45만6099㎡를 활용해 업무·주거·상업 기능을 결합한 입체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같은 온도 차이가 포착됐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용산 정비창에 최소 1만 가구 이상 공급해야 시장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질의하자, 김 장관은 “서울시와 협의해 가능하면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급 확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재차 강조한 셈이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도한 공급량 확대가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오히려 집값 안정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날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가구 수를 늘리면 그에 따라 학교·교통·생활 인프라를 다시 검토해야 해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속도를 포기한 물량 공급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회동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주요 현안마다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김 장관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 광장 감사의 정원에 대해서도 조성 과정에서 법적 하자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국유재산을 활용하면서도 국토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의 정원은 서울시가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광화문 광장에 조성하려는 상징 공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최근 정부·여당이 주택공급 지연의 책임을 서울시에 돌리자, 서울시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15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영상을 게시하며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싸움이 지속될 경우 서울 주택 공급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8984가구로, 올해(4만2684가구)보다 32.1% 감소한다. 최근 5년 평균(7279가구)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까지 추가 검토하고 있으나, 서초구 서리풀지구에서 공청회가 주민 반대로 잇따라 무산되면서 일정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앙정부·서울시 간 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 반대까지 더해지면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정부와 서울시가 현안마다 충돌하는 구도가 지속되면 시장은 정책 신뢰를 잃고 기대 공급량도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서울은 입주 물량 감소가 이미 확정된 만큼, 두 기관이 조속히 협의 틀을 정비해 공급 일정과 규모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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