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린 석유 갖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군사력 시위를 이어가고 마약 운반용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시키는 등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부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압류했다”면서 “매우 큰 유조선으로, 사실상 지금까지 압류된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매우 정당한 이유로 압류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유조선의 소유주나 선적 국적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압류된 유조선에 실린 석유를 어떻게 처리할 것에 대한 질문에는 “아마도 우리가 가진다”라고 트럼프는 답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 한 명은 이번 압류 작전이 미 해안경비대 주도로 이뤄졌으며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연안에 미군을 증가시킨 이후 처음 알려진 유조선 압류 사례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9월 초 이후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등지에서 22차례 마약 운반 선박들을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87명이 사망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과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행동이 치명적 무력 사용을 규율하는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개적으로 해당 선박들이 마약을 운반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나포·압수·심문 대신 선박을 폭파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이 과거 베네수엘라와의 협상 과정에서 마두로 정부에 제공한 양보 가운데 하나는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과 수출을 재개하도록 허용한 것이었다. 셰브런의 활동은 마두로 정부에 재정적 생명선을 제공해 왔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와 협력하고 있는 셰브런은 이날 “베네수엘라 내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어떠한 차질도 없다”고 밝혔다.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대미 수출을 전담하고 있다. 셰브런은 지난달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대미 수출량을 하루 약 15만 배럴로 늘렸으며, 이는 10월의 12만8000배럴에서 늘어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 작전의 진정한 목적은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는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의 정유업체들에 큰 폭의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산유국 러시아와 이란까지 제재를 받자 이들의 원유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욱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