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 중심에서 LFP 등 중저가형으로 다변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연말 들어 수조 원대 대형 수주 소식을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 속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중저가형으로 다변화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6%에 그쳤다. 4년 전 같은 기간(31.6%)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그 사이 CATL, BYD 등 중국계 업체들의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되며 과반을 넘어섰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의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을 늘린 결과다. 국내 기업들은 삼원계 중심 전략을 펴온 탓에 보급형 시장 대응이 다소 늦었지만, 최근에는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저가 제품군을 갖추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SDI는 이날 미국에서 2조 원 이상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확보하며 북미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600억 원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앞선 세 차례 계약과 달리 중저가 모델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중저가 배터리 수요가 가장 집중적으로 늘고 있는 곳은 ESS 시장이다. ESS는 무게나 에너지 밀도의 제약은 적은 반면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높아 대체로 LFP 배터리가 사용된다. 그간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지만, 북미에서는 미국의 관세 장벽과 ‘탈중국’ 공급망 정책 등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3사도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지 공장의 생산라인 전환을 통해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가 유지된 만큼 현지 생산에 대한 이점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올해 1~3분기 3사가 미국에서 받은 AMPC는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ESS용 배터리 생산량을 고려하면 향후 매년 2~3조 원대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더디지만,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등에 따라 북미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산 진입장벽이 견고한 미국을 중심으로 ESS LFP 중심 수주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