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효율성 관점에서 결정해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 전경 (사진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계약형' 기반 민간 퇴직연금 시장이 정착된 가운데 '기금형' 도입은 가입자 이익과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균형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적절성을 진단하고 국내 현실에 적합한 운용 방식을 모색하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계약형은 기업이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이고, 기금형은 노사가 조성한 기금을 수탁법인이 대신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계약형에서는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을 지시하는 반면, 기금형에서는 수탁법인이 정한 특정 포트폴리오에 적립금이 편입·운용되는 게 특징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선 만큼, 이제는 노후 대비 수단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라며 “기금형을 도입한다면 가입자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도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용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국내 현실에 적합한 기금형 모델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금융기관이 수탁법인 업무를 대행하는 ‘금융기관 기금형’을 제시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공단’(가칭) 설립을 통해 정부가 지속적·체계적으로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성 교수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업 자체가 ‘안전성’ 위주로 돌아선 데다 가입자의 보수적 투자 성향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기존 금융기관의 계약형과 신설 자산운용기관의 기금형 간 수익성 경쟁이 가입자 이익과 시장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평가했다.

패널토론에서는 기금형 도입 논의가 수익률 개선에 과도하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익성은 지배구조의 문제라기보다 자산배분의 결과며, 기금형은 자산배분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민기 은행연합회 WM실장은 “기금형 제도 자체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인프라 구축 및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수익률을 저하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의 계약형 제도에 투자일임 및 집합운용을 허용함으로써 보다 낮은 비용으로 기금형과 유사한 자산배분 효과를 구현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양희 생명보험협회 상품지원부장은 “기금형 제도는 퇴직연금 지배구조의 전면적 개편을 수반하는 사안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퇴직급여가 갖는 후불임금 성격을 고려할 때 운용 손실 발생 시 이해관계자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기금형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수익률이 오르더라도 근로자 편익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확정급여형(DB)에 대해서는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부장은 “수익률은 실적배당상품 중심의 자산배분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며 “적립금운용계획서(IPS) 활성화,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 확대 및 실적배당형 연금상품 확산으로 자산배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기금형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집합운용 방식을 취하면서도 기존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업력을 동시 활용할 수 있는 기금형 모델로 ‘민간 영리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의 인·허가를 받은 전문자산운용기관이 기금을 운용하는 ‘민간 영리형’ 모델은 운용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 금융당국의 상시 관리·감독 가능, 사회적 비용 최소화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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