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제2의 딥시크 쇼크’ 재현 우려도
중국도 복잡한 셈법…수입이냐, 자립이냐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기술안보와 시장 주도권을 한꺼번에 관리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글로벌 AI 칩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고정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수출 통제 문제를 논의했다. 수출 허가 발표에 앞서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H200 수출 허가는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사에 더 진보된 ‘블랙웰’ 설계 칩을 판매하려 했던 이전 추진 방침에 대한 타협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AI 기업들이 성능이 강화된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게 되면, 모델 개발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제2의 딥시크 쇼크’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렴한 전력 인프라에 H200까지 얹히는 구조 탓에 미국 빅테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석이다.
크리스 맥과이어 외교관계협의회(CFR) 중국 및 신흥기술 선임연구원은 “H200 및 유사 등급 칩에 대한 규제 완화는 AI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에 우위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이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 압박하는 시점에 왜 우리가 양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이번 승인은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지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이 ‘과학기술 자립 자강’ 기치 아래 국산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현실적 기술 수요와의 간극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200의 성능은 기존에 수출이 허용된 ‘H20’보다 거의 6배 더 강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중국 기업들은 H200 칩을 원하지만 정부는 편집증과 자존심에 사로잡혀 있다”며 “미국이 칩 수출을 승인해도 결국 중국 정부가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과이어 연구원은 “H200은 현재 중국에서 생산된 모든 칩보다 뛰어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멸적 행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