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스크리닝 서비스 도입… 임대료 상승·갈등 재확산 우려

내년 6월부터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에 앞서 세입자의 월세 체납 이력과 신용도, 흡연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전·월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갈등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프롭테크 기업, 신용평가기관 등과 임대인·임차인 스크리닝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임차인의 최근 3년간 임대료와 공과금 체납 이력, 계약 갱신 여부 등을 임대인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대표적인 갈등 요소인 반려동물, 차량, 흡연, 동거인 여부도 알 수 있고 세입자의 근무 직군과 주요 거주 시간대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임대인 면접을 통해 세입자의 월세 지불 성실도와 재임대 및 추천 의향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임차인 정보뿐 아니라 임대인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 등본 분석을 통한 권리 분석, 집주인의 보증금 미반환 이력, 국세 및 지방세 체납 현황과 선순위 보증금 예측 등을 통해 임대주택의 안전도도 검토할 수 있다.
최근 임대인과 임차인은 정보 비대칭과 전세 사기 확산으로 인한 불신 속에 갈등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전세 사기가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면서 임대인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왔지만 ‘악성 임차인’은 반대로 걸러낼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인·임차인 분쟁 조정 신청은 2020년 44건, 2021년 353건, 2022년 621건, 2023년 665건, 2024년 709건으로 늘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 동의하에 정보를 제공해 사후 갈등 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임차인도 임대인에 대한 불안이 있듯 임대인들도 월세 미납에 대한 부담, 임대 물건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상호 동의하에 계약 시 기본적인 정보를 나누면서 분쟁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세입자 가려 받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 대출 규제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전세 시장 매물이 줄면서 임대인 우위 시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 지역 전세 물량은 2만4813가구로 전년 3만2756가구보다 24.3%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전세 물량은 3만1653가구에서 1만8892가구로 40.4% 감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재계약 수요도 늘며 주요 입지 전세 물량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의 전월세 거래신고 정보를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이후 37일간(10월 16일∼11월 21일)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2만여 건 가운데 갱신 계약 비중은 44.4%로 집계됐다. 대책 이전 37일간 갱신 계약 비중 42.7%와 비교하면 1.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업계는 제도 도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간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은 “계약의 자유 원칙에 따라 임대인도 임차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과도하게 세입자 정보를 요청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최근 몇 년간 전세 사기 사태로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이 극대화된 상태”라며 “정부가 전세 사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임대인·임차인의 대립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대료 상승이나 임차인 배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 설계 과정에서 위험 요인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주거 파트너로 보는 관점이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