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시장 성장 둔화 속 '10조 몸값' 설득전
상품 정보 오류 공개…'책임 경영 긍정적' vs '의구심 키워' 엇갈린 평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10조 원 몸값'이라는 높은 목표와 최근 상품 정보 오류 사태 이후의 책임 경영 이슈를 안은 채 코스피 상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 증권사들로 이른바 '상장 드림팀' 주관사단을 꾸린 만큼, 고밸류 논란과 책임 경영 딜레마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주관사단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JP모건과 국내 대형사인 한국투자증권·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최종 선정하고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관사단 구성을 두고 무신사가 '안정'과 '확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국내 IPO 시장 강자인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통해 공모 절차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력한 씨티·JP모건을 통해 해외자금 유치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몸값 극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다. 통상 국내 기업이 상장할 때 외국계 증권사는 한 곳 정도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신사는 씨티와 JP모건 두 곳을 동시에 선정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만으로는 무신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해외 대형펀드 자금 유입을 적극적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이다. 실제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등 국내 대형 딜에서 주관 경험을 쌓아온 만큼 해외 수요예측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와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라는 파고 속에서 무신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신사는 현재 10조 원 몸값을 바라보는 것으로 거론되나, 2023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5000억 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해외 기관투자가 수요 확보와 함께, 무신사가 단순한 '패션 커머스'를 넘어선 플랫폼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것이 주관사단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무신사는 최근 입점 브랜드 상품의 혼용률 오기재 등 정보 오류 사실을 자사 뉴스룸을 통해 공개하며 상장 국면의 새로운 변수를 던졌다. 이슈가 된 상품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상품 소재 혼용률 표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통신판매중개업자 신분상 법적으로는 직접적인 배상 책임이 없음에도 무신사가 도의적·실질적 책임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책임 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와 함께 정보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지적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번 이슈가 공모 과정에서 관련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 제시를 요구하는 대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신사 측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특정 제품이나 상품군에 대한 문제 상황을 공개할 경우 마치 무신사에서만 이러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조명될 수 있어 우려하기도 했다"면서도 "당장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투명한 거래 환경을 구축해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공이 주관사단으로 넘어갔다"며 "시장 눈높이에 맞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논리 재정비와 책임 경영 강화 조치를 기업 신뢰도로 연결하는 에쿼티스토리(상장 청사진),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의 실제 수요를 확인하는 작업 등이 핵심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