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이 이어지면서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 상승세를 기록, 빌라 월세가격지수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빌라 시장은 매매나 전세는 감소하고 월세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2.19를 기록해 전월 대비 0.42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가격지수는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이후 주택 월세가격이 얼마나 변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기준시점보다 월세가 오른 것을 의미한다. 빌라의 평균 월세는 63만6000원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1.1% 상승했고, 올해 내내 오름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빌라 월세가 이처럼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신축 비아파트 공급 감소로 월세 공급 여력이 줄어든 데다 전세사기·역전세 여파로 전세 선호가 크게 떨어지고 임차인이 보증금을 낮추려는 수요가 늘면서 월세 수요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사기나 역전세 이슈가 반복되면서 빌라 전세를 선호하지 않는 수요가 늘었고, 연립·다세대 역시 신축 인허가와 착공 감소로 임대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증금을 크게 마련하기 부담스러운 임차인이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6·27 대출 규제 및 10·15 대책 시행 이후 비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 접근성이 크게 축소된 점도 월세 수요 집중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등으로 전세 계약이 까다로워진 데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임대 목적의 빌라 매입도 줄어들었다.
이런 흐름 가운데 서울 빌라의 매매, 전세 시장은 월세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울의 빌라 매매와 임대차 거래량은 모두 전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월세 거래량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8614건으로 전분기(9274건) 대비 7.1% 감소했고, 거래 금액은 3조7616억 원에서 3조4818억 원으로 7.4% 줄었다. 전세 거래량도 비슷했다. 이 기간 전세 거래는 1만3875건에서 1만2559건으로 9.5% 줄었다. 다만 순수월세 거래는 직전 분기 기준 1901건에서 3분기 2004건으로 5.4% 증가해 유일한 성장세를 보였다.
함 랩장은 “연립·다세대는 아파트에 비해 시세 상승 폭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강해 매매 수요가 붙기 어렵다”며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자본이득보다는 월세 수익에 집중하는 임대인이 많아지면서 시장 전반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