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아들 잃은 슬픔 녹여낸 책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내한 기자 간담회

덴마크 출신의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는 책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25세의 건장한 아들을 잃은 일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1963년 그린란드에서 태어난 나야는 서른 편이 넘는 시집과 소설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10년 전 아들이 죽고 난 후에는 글을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었다.
그는 "문학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잃어버렸다. 아들이 죽고 6개월 후 버스표나 휴대폰에 조금씩 단어나 짧은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걸 모았더니 언어의 파편이었다"라며 "그렇게 망가진 언어를 통해서만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中
작가의 설명처럼 이 책은 일기, 시, 회고록, 짧은 문장, 인용문 등 다양한 형식의 글들이 혼재된 산문집이다. 문학 장르를 뒤섞고, 일정한 형식에 균열을 가함으로써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한 것.
이러한 글쓰기 방식에 관해 나야는 "당시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파괴된 것처럼 느껴졌다. 글을 쓰기 위해 새로운 형식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 책은 일종의 콜라주(Collage)다. 순수한 절망에서 나온 글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여러 조각을 이어 붙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콜라주 기법처럼, 이 책 역시 서로 다른 장르와 언어를 엮어 오직 작가만이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 나야는 "애도는 종결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지속하는 것이다. 문학이 삶의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문학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알려준다.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말한다. 독자들은 그 속에서 위로를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또 다른 책 '어두움의 연습'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다. 유년 시절 가정폭력과 원치 않은 임신 등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지닌 한 여성의 일생을 통해 무너지고 버려진 듯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치유의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 그가 사는 국가나 도시, 거리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57세의 여자'로 호명될 뿐이다. 이에 대해 나야는 "이 인물에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비슷한 상처를 겪은 독자들이 '마치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일제강점기 중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인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자들은 다 전부 악마라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남자들도 어머니, 누나, 딸, 아내 등의 경험을 이 책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