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하저' 예상…환율은 불확실 요인
방어와 공격 전략…현금 최소 10% 유지
반도체·전력·기계·금융 강세…바이오 주목
내년 주식시장은 올해에 이은 ‘강세장 2막’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중심의 기업 성장과 주주환원정책 등 국내 요인에 더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중국·유럽의 유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코스피 5000 달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주식시장 전문가 7명은 내년 코스피 지수가 올해보다 더 높은 레벨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시된 코스피 상단 밴드는 4500~5000, 하단은 3500~3960이다. 일부 전문가는 조건 충족 시 5800까지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전망의 가장 큰 근거는 기업 실적 개선이다. 반도체·조선·기계 등 핵심 업종의 이익 성장이 뚜렷해지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중심의 리스탁킹 사이클(재고 재축적 시기)이 기업 이익을 끌어올리고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이 기업가치(밸류에이션)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이익 상향 가능성을 반영할 경우 베스트 시나리오 상단은 5600~5800까지 열어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1본부장은 “기업 영업이익이 올해 290조 원에서 내년 410조 원 수준으로 늘 것”이라며 강세 흐름을 예상했다.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는 자본시장 제도 변화도 지수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상법 개정과 자사주 매입·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 5000 달성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정상진 한국투자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국내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으며 정부가 상법 개정 등 체질 개선 정책을 지속하면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상승 장세가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실적과 정책에 더해 글로벌 유동성 증가도 증시 움직임에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정수 본부장은 “미국 금리 인하와 중국·유럽의 정부 지출로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동성과 정책 측면에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흐름을 상반기 강세, 하반기 변동성 확대라는 ‘상고하저’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없어도 연초에는 자금 유입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지만, 하반기는 선거 등 정치 이벤트가 많아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코스피 흐름을 “상고하저 경로”라며 “하반기 이후 컨센서스 하향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위험 요인으로는 환율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윤창용 본부장은 “경상흑자에도 해외 투자에 따른 금융 계정을 통한 자본 유출이 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센터장은 “해외투자 증가로 고환율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적인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정 흐름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김동원 센터장은 “내년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1350~1450원 구간에서 서서히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용 본부장도 “외환위기형 충격보다는 한국 저성장과 상대국 성장률 차이를 반영한 새로운 균형점에 가깝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증시 변동성을 둔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과도한 쏠림을 피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노선 등의 영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하반기에는 상저하고 흐름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적용하는 식이다. 김지영 센터장은 “내년 1분기까지는 변동성을 고려해 지수 밴드를 좁게 가져가며 방어주 위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용 본부장은 자산배분 비중을 ‘주식 45%, 채권 30%, 현금 10%, 대체투자 15%’로 제안하며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초기에 있으며 미국 경기 연착률 시나리오가 우세한 상황”이라며 “주식 비중을 높이되 장기물보다는 2~7년물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에 대비한 채권을 보유하고 약간의 현금을 가져가는 전략으로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상진 본부장은 “올해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 관점이 필수적”이라며 “끊임없는 순환매로 과거보다 테마주 투자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형 펀드 등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추천 업종으로는 국내 증시 이익 체력 기반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전력·기계 △조선 △우주·방산 △은행·증권 △바이오 △화장품 등도 강세를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와 전력, 조선의 경우 실적 모멘텀과 설비투자(CAPEX) 효과가 함께 부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차전지와 화학 등은 내년 회복이 예상되지만, 실제 업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심효섭 본부장은 “AX(AI 전환) 가속화 국면에서 AI 인프라와 솔루션을 기업 선호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디램 시장은 올해 DDR4 공급 중단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디램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동원 센터장은 “그간 수요가 충분하지 못해 CAPEX가 활발하지 못했던 배터리와 IT 하드웨어, 화학 등은 내년 회복이 예상되지만, 실제 수요가 확대와 판매 가격 인상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수혜 관점에서는 은행·증권을 유망 업종으로 추천했다. 이종형 센터장은 “상법 개정, 주주환원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으로 금융주는 구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바이오도 되돌림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제시했다. 그는 “시장금리 상승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바이오는 자금 조달 부담이 줄고, 올해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만큼 다시 상승 기류에 합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 대비 부진한 성적을 낸 코스닥 시장이 내년에는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의 벤처 육성책과 코스닥 시장 개선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면 중견·중소기업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이차전지, 헬스케어 등 기업의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수 본부장은 “코스닥·비상장 종목 등으로 투자 진작 정책이 나오면 코스닥 시총 상위 업종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물가 상승이 마진 압착을 유발하는 경로로 내년 하반기 이익 모멘텀이 둔화할 여지는 존재하며, 이는 시장과 주도주 상승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