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조사·병해충 관리 18년 협상 마침표…8개 품목으로 확대

한국산 포도가 18년 만에 필리핀 수출길을 활짝 열었다. 까다로운 병해충 검역 장벽을 넘어서며 사실상 ‘잠금 상태’였던 시장이 개방된 것으로, 대만·미국에 이어 동남아로 수출 무대를 본격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K-푸드 선호도가 빠르게 커지는 필리핀 소비시장 특성상 초반 진입 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기대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필리핀과의 한국산 포도 수출 검역협상이 최종 타결됐다고 30일 밝혔다.
검역본부는 지난 2007년 협상 개시 이후 필리핀 측이 지적한 병해충 관리 기준 충족을 위해 여러 차례 기술 협의를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 필리핀 검역관을 초청해 국내 과수원과 선과장을 직접 점검받는 현지조사를 실시한 것이 큰 전환점이 됐다. 병해충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확인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고, 이달 25일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
필리핀 수출을 위해서는 △과수원 및 선과장 등록 △병해충 예찰 체계 운영 △수출식물검역증 부기사항 기재 등 강화된 검역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검역본부는 합의 내용을 반영한 고시 제정과 농가 대상 맞춤형 교육을 신속히 추진해 내년 수출 개시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산 포도는 이미 대만·미국·홍콩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최근 3년간 수출량은 3376톤(2023년) → 4789톤(2024년) → 5014톤(2025년 1~10월)로 꾸준히 늘었고, 같은 기간 대만으로의 수출은 세 배 가까이 증가하며 경쟁력이 강화됐다.
업계에서는 필리핀의 높은 한류 소비층과 프리미엄 신선식품 수요를 감안할 때 한국산 포도의 초기 시장 진입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역 허들이 가장 높은 품목 중 하나인 포도가 승인을 받으면서, 향후 다른 신선 농산물의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협상 타결로 필리핀에 수출 가능한 한국 농산물은 기존 사과·배·단감·양파·감귤·파프리카·딸기 등 7개에서 포도를 포함해 총 8개로 확대됐다. 이는 한국산 농산물이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이번 협상 타결은 한국산 포도의 필리핀 시장 개척과 함께, 동남아에서 케이(K)-농산물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앞으로도 우리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