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수 야당 입틀막" 반발

국회가 연말 정국을 앞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전쟁’에 돌입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국조) 방식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의사일정 전반으로 번지면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비쟁점 민생법안 상당수에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며 여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 부각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갈등의 출발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이다. 검찰이 7800억 원대로 추산되는 범죄수익 환수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이 먼저 국조와 특검을 언급했고 국민의힘도 동의하면서 여야 공방이 본격화됐다.
쟁점은 ‘어디서, 어떻게’ 국조를 할 것이냐로 옮겨갔다. 국민의힘은 별도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중심의 국조를 고수하면서 논의가 불발됐다. 민주당이 법사위 다수 의석과 위원장직을 바탕으로 속도전을 택한 반면 국민의힘은 “특위가 아니더라도 법사위 국조는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야당 간사 선임 △증인·참고인 여야 합의 채택 △위원장 단독 진행 자제 등 ‘최소한의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진정 야당 간사도 없는 일방적인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인가”라며 “ 여야 합의 없이 여당이 부르고 싶은 증인만 불러서 그들만의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인가.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독단적인 회의 진행, 비정상적인 행태를 그냥 계속하겠다는 통보인가”라고 했다.
여야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27일 본회의에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가결됐다. 내란 관련 특별재판부 구성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계엄 수사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두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하며 표결에 불참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여권 주도로 찬성 172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내란 몰이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하면서 같은 본회의에 올라온 비쟁점 민생법안 다수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거나 신청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에 문진석 원내운영수석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필리버스터를 개시한 뒤 재적의원 5분의 1(6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상주하도록 의무화하고 의장이 지정하는 1인을 사회자로 두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제대로 법”,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야당 입틀막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해 2012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같이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연말 정국 이어질 전망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국조 논쟁에서 출발한 갈등이 필리버스터 전면전으로 번지고, 여당은 국회법 개정으로 맞대응하며 그 사이에 추경호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는 악순환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필리버스터는 원래 소수파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인데, 지금은 여야 모두에게 ‘정치 전술’로 소비되고 있다”며 “국조 방식과 필리버스터 제도 손질을 놓고 언제까지 힘겨루기만 할 게 아니라 예산과 민생법안부터 어떻게 처리할지 큰 틀의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