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들이 고객상담, 보험설계사(PF) 지원을 넘어 언더라이팅(계약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심사 등으로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발표 예정인 '고영향 AI 개념 정립'이 보험사의 AI 전략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자동차 사고 내용을 AI가 분석해 예상 과실비율을 자동 산정하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안내 AI 에이전트'를 활용 중이다. 한화손해보험은 머신러닝 기반 장기보험 심사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언더라이팅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고, DB손해보험은 빅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을 활용한 보험사기 예측 및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보험업계는 심사 속도 향상과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내년 발표될 '고영향 AI 개념 정립'에 따라 보험사들의 AI 활용을 고영향 인공지능 범주로 해석할 여지가 제기되면서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영향 AI는 생명·신체·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정부는 고영향 AI 판단 기준을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해 사업자 책무 범위를 명확히 할 계획인데 만약 보험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AI 서비스가 포함될 경우 보험사들에 안전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위험관리방안 수립 등 추가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2월 '인공지능 규제법과 보험산업' 보고서를 통해 "보험산업에서 이루어지는 보험계약 인수심사 및 보험금 지급심사는 보험계약자 등 금융소비자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 또는 평가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본법상 ‘대출심사 등’의 범위에 보험계약 인수심사 및 보험금 지급심사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거나 하위법령에서 이러한 내용이 명시될 경우 보험회사는 고위험 인공지능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영향 AI 정책을 주도하는 주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인공지능위원회)인 만큼 금융권 적용 속도나 방향은 예상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영향 AI 기준은 과기부가 총괄하기 때문에 금융권 규제 역시 그 일정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며 "여러 부처가 함께 논의하는 만큼 최종 방향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관련 규제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뉴욕·텍사스·콜로라도 등으로 AI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콜로라도는 보험·대출·고용 등에서 AI 판단이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경우 규제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국내에서도 보험사의 AI 활용 역시 제도화 속도와 규제 방향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핑안보험은 언더라이팅·보상 심사뿐 아니라 보험업무 전 과정에서 AI 적용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AI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한국은 중국보다 데이터 규모도 적은 데다 개인정보 규제·데이터 결합 제한이 많아 중국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앞서가는데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 AI 활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