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부동산발 가계부채 '만성질환'…민간소비 매년 0.4% 제약

GDP대비 가계부채 세계 3위 증가…유동성 효과 약화·부의 효과 제한
"가계부채, 2012년 수준 유지했더라면 소비 5% 더 높았을 것"
정책공조 속 부채비율 안정…"긴 호흡의 체질개선 필요"

(이투데이DB)

부동산 대출 중심의 가계부채 누증이 한국 경제의 소비를 단기 충격이 아닌 구조적 부담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 소비 둔화를 넘어 지난 10여 년간 민간소비의 성장 기반 자체를 잠식해 왔으며, 그 충격이 인구구조 변화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부동산發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부채가 2013년 이후 민간소비를 연평균 약 0.4%포인트(p)씩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부동산 투자가 실물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 주택가격 상승에도 소비 여력이 개선되지 않는 낮은 부의 효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10년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중국·홍콩에 이어 세계 3번째 증가(+13.8%p)한 반면, 같은 기간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감소(-1.3%p)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채 증가가 소비 진작이 아닌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소비성장률 둔화 폭(연 -1.6%p) 가운데 가계부채 누증(약 -0.4%p)은 인구구조 변화(-0.8%p)와 함께 대부분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가계부채 누증이 없었다면 2024년 민간소비가 현재보다 4.9~5.4% 더 높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부채가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한 구조적 제약 요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원리금 부담은 최근 10년간 세계 세 번째로 빠르게 증가(+1.6%p)했다. 증가분 중 대출 규모 증가가 5.4%p를 차지해 금리보다 차입 자체의 영향이 더 컸다. 부채가 큰 '영끌' 가구일수록 소비 감소 폭이 비선형적으로 확대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 효과도 0.02%에 불과해 주요국(0.03~0.23%)보다 낮았다. 서울을 제외한 비수도권은 주택 실질가격이 2013년보다 하락한 탓에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켰다.

대출이 학자금·카드 소비가 아닌 자산 이전 거래에 집중되는 구조도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했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비주택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지속적 마이너스를 기록해 현금흐름을 악화시키며 소비를 제약했다.

김찬우 한국은행 조사국 구조분석팀 차장은 "가계부채는 심근경색 같은 급성질환보다 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에 가깝다"며, "관리와 체질개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 공조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자 한은은 소비 제약도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놨다.

김 차장은 "긴 호흡으로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며, "부채 구조 개선이 이어진다면 소비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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