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여드려요”⋯텀블러에 담긴 ‘삼양1963’, 성수동 달궜다[가보니]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 '삼양1963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이 면을 들어올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하은 수습기자 hey@)

“라면 끓여드립니다!”

영상 3도의 쌀쌀한 겨울날, 라면을 끓여주겠다는 ‘삼양1963’ 팝업스토어 직원의 말에 성수동 방문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성수동 거리가 금세 고소한 라면 냄새로 가득 찼다. 한 행인은 “라면 냄새 뭐야? 라면을 텀블러에 담아주네”라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삼양1963 팝업을 발견하고 대기 줄에 합류했다.

삼양식품이 ‘우지파동’ 이후 36년 만에 우지로 튀긴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으로 돌아왔다. 삼양식품은 삼양1963 출시를 기념해 ‘팝업스토어 성지’인 성수동에 팝업을 열고 주요 고객인 젊은 층과 소통에 나섰다.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양1963' 팝업 스토어 방문객들이 길게 대기줄을 서 있다. (임하은 수습기자 hey@)

팝업 첫 날인 28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양1963 팝업스토어는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음에도 대기줄이 옆 건물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사전 예약으로 200명을 받았는데 5분 만에 마감됐고, 현장 접수 역시 오픈도 하기 전에 대기가 100팀을 넘었다”고 말했다.

삼양라면은 1989년 식용이 아닌 공업용 쇠고기 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누명을 쓰며, 일명 ‘우지파동’으로 위기를 겪었다. 8년에 걸친 재판 끝에 ‘우지 사용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무너진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이달 3일 이 제품 출시를 알리며 “우지파동으로 상처를 받았던 명예를 찾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이런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삼양식품 설립부터 삼양라면 출시, 우지파동, 불닭볶음면 돌풍과 우지라면의 귀환 등이 담겼다.

다만 이날 팝업스토어의 방문객들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 우지파동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김민지 씨(25)는 “우지파동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봤다”며 “라면 냄새가 좋아서 줄을 섰다”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온 슈날 루이스(30)는 “라면을 좋아하는데, 어제 네이버에서 팝업 소식을 보고 일찍 와봤다”고 말했다.

우지파동을 아는 경우에는 제품 관심도가 높았다. 사전 예약으로 팝업을 방문한 최 씨(28)는 “유튜브를 보다가 우지파동 사건을 알게 됐고, 우지로 튀긴 라면이 어떨지 궁금해서 예약했다”고 했다.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양1963' 팝업 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SNS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임하은 수습기자 hey@)

삼양1963 팝업스토어는 △사전예약자를 위한 실내 식당 △현장 예약 접수 줄 △포토존 △텀블러 세척 대기 줄로 구성됐다. 사전 예약 고객은 프리미엄 라면 바 콘셉트로 꾸며진 실내에서 라면을 먹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방문한 고객들은 4인 식탁으로 안내받았다. 약 50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팝업스토어 실내는 삼양1963 패키지의 포인트 색상인 주황빛으로 꾸며졌고, 나무 식탁과 의자가 따뜻한 느낌을 줬다.

현장 예약자는 방문 순서대로 대기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었다. 대기 시스템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알림 메시지가 오고, 이를 보여 주면 갓 끓여 텀블러에 담은 삼양1963 라면을 받아갔다. 이후 텀블러를 들고 성수동 일대에서 자유롭게 라면을 시식했다.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양1963' 팝업 스토어의 실내 식당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양식품)

‘갓 끓인 삼양1963 라면’은 건네받자마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올라와 입맛을 돋웠다. 우지로 튀긴 면 덕분인지 면과 국물의 감칠맛이 두드러졌다. 배추, 대파, 고추 등 다양한 건더기도 눈에 들어왔다. 길거리에 서서 삼양1963을 먹던 박다영 씨(25)는 “(삼양1963의 맛이) 기존 삼양라면보다 훨씬 맵고, 국물은 더 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1963은 삼양라면의 옛 맛을 기억하는 기성세대와 독특함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동시에 겨냥한 제품이다”라며 “이번 팝업은 금방 잊힐 체험 요소보다 소비자가 삼양1963을 직접 맛보게 하는 본질에 집중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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