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판매 권유' 전화에 이끌려 물건을 샀는데⋯취소할 수 있나요?

한용현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챗 GPT 이미지 생성)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물건을 설명하기에 덜컥 계약하고 사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충동적으로 구매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를 취소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판매 권유나 홍보 전화에 이끌려 물건을 구매했다면, 취소가 가능한지 한용현 법무법인 원 변호사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Q. 전화로 온 판매 권유와 관련해 적용될 수 있는 특별법이 있을까요?

A. 과거에는 집집이 판매자가 직접 방문해 물건 등 구매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사회 변화를 반영해 전화로 물건 등 구매를 권유하거나, 직접 판매원이 될 것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매는 소비자가 깊게 생각할 여유 없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에 소비자를 보호하는 한편, 판매자 또한 일정 규율을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하여 건전한 거래관계를 만들기 위하여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이 제정됐습니다.

Q. 방문판매법이 적용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일반적인 계약은 해약금 약정이 있지 않은 이상,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손해를 상대방에게 배상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방문판매법이 적용되면 방문판매법에 따라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자유롭게 청약을 철회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설령 계약이 성립됐고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없더라도 14일 이내에는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로 온 판매 권유에 잠시 흔들려 물건을 구매했더라도, 14일 이내에는 자유롭게 물건 구매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Q. 전화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권유받았고, 실제 계약은 만나서 했습니다. 이 경우에도 방문판매법에 따라 해제할 수 있나요?

A. 방문판매법은 전화 권유판매를 '전화를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권유하거나 전화 회신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재화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피스텔 분양계약과 관련하여 전화를 이용하여 권유한 다음 분양사무소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도 방문판매법에 따라 14일 내에 철회가 가능한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전화 권유판매에는 '전화를 사용하여 소비자의 응답을 유도하고 대화를 함으로써 청약을 유인하여 어떤 장소에서 만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봐 최종적으로 만나서 계약을 체결한 때도 전화 권유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실제 여러 하급심에서 청약철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방문판매법 적용 여부는 실제로 전화로 구체적인 상품에 대한 권유가 이뤄졌는지, 소비자가 관련하여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고 그것이 계약으로 이어졌는지, 전화와 방문 사이에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에 따라 방문판매법 적용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청약철회를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A. 청약철회 시 가장 유의할 점은 시간입니다. 여러 다른 요건이 있지만 될 수 있으면 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청약철회의 의사와 그 시기를 명확히 특정할 수 있는 방식(대표적으로 내용증명)으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는 한편, 처음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관련한 증빙자료(통화 녹음, 통화 기록 등)와 계약서를 잘 보관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구매한 물품을 사용하여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거나, 훼손된 경우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한 포장을 뜯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가급적 물품 등을 사용하기 전에 청약철회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한용현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

한용현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행정법 전문 변호사로 법무법인 원 공공행정팀에서 활동 중이며, 행정 이외에도 기업의 인수·합병(M&A), 건설·부동산 관련 자문 및 소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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