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세대교체' 마무리
ABC·R&D 인재 발탁 기조 유지
여성·80년대생 임원 전면에 세운 성과주의 인사

LG그룹이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리더십 세대교체에 나섰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27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과 김동춘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사장)을 각각 두 회사 신임 CEO로 선임했다. 디앤오는 LG전자 법무그룹장이었던 이재웅 부사장을 CEO로 발탁했다.
금성사 가전연구소 출신인 류재철 사장은 연구개발(R&D)과 사업을 모두 거친 정통 기술통으로, ‘생활가전 1등 DNA’를 전사로 확산시켜 본원적 경쟁력 회복과 사업 체질 개선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기존 CEO였던 조주완 사장은 4년 임기를 마치고 용퇴했다. 류 사장이 맡았던 HS사업본부장 자리는 키친솔루션사업부장인 백승태 부사장이 보임할 예정이다.
류 신임 CEO 체제 아래 LG전자는 조직 효율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4개 사업본부 체제(MS·VS·HS·ES)는 유지하되 사업본부 단위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HS사업본부는 빌트인·빌더 중심의 가전 B2B 확장을 위해 HS B2B해외영업담당을 신설하고, 빌트인/쿠킹 조직을 사업부로 격상했다. 가정용 로봇 시대를 대비해 HS로보틱스연구소도 신설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이끌어 온 이재욱 연구위원을 초대 소장으로 임명했다.
MS사업본부는 TV사업부와 IT사업부를 통합해 디스플레이사업부로 재편하고, 웹OS 광고사업을 담당 조직으로 격상해 플랫폼 기반 사업 확대에 나선다. ES사업본부는 데이터센터·원전·산업용 냉각솔루션을 아우르는 어플라이드사업담당을 신설하고, M&A 전담 조직과 해외영업 조직을 새로 꾸려 HVAC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전사 차원에서는 AX(인공지능 전환)센터를 중심으로 AI 기반 제품 개발과 업무 혁신을 가속화한다.
계열사 인사도 미래 사업 중심으로 개편됐다.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춘 사장은 LG화학 CEO와 함께 현재 맡고 있는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겸임한다. 김 사장은 반도체·전자소재 분야에서 사업 고도화와 수익성 전환을 이끌어 온 전략가로, 첨단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다. 전지소재 등 신성장 기반을 구축한 신학철 부회장은 7년 임기를 마치고 용퇴했다.
LG이노텍에서는 문혁수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문 사장은 차량용 AP 모듈, FC-BGA, 자율주행 센싱 부품, 로봇 부품 등 미래 사업을 확대해 온 인물로, 광학솔루션 사업을 글로벌 1위로 키운 핵심 주역이다.
이와 함께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10월 원포인트 인사), 문혁수 사장, 이재웅 디앤오 CEO 등 1970년생 경영진들이 주요 계열사 CEO 라인업에 포진하면서 ‘70년대생 리더십’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는 R&D 및 ABC 분야 인재 중용 기조도 뚜렷했다. 최근 5년 새 임원의 25% 이상이 ABC 및 연구개발 인재였으며, 올해도 AI 분야 인재가 대거 발탁됐다. LG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전문성과 성장성을 우선하는 성과주의 인사 기조도 이어갔다. LG유플러스 여명희 CFO는 그룹 최초 여성 CFO 출신 부사장에 올랐고, 1980년대생 신규 임원 3명도 배출됐다. 올해 최연소 임원은 1986년 생이다.
LG 관계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술 기반 리더십을 강화하고, 필요 시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며 “미래 기술 중심 인재 중용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