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금리 근접 속 성장률 상향…그러나 물가·환율 부담 여전
의결문도 변화…추가 인하서 '동결 가능성'으로 무게 이동
전문가들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장기 동결이 기본 시나리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7월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환율은 급등하고 집값과 가계대출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통화정책의 딜레마가 극대화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자국 통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다. 때문에 금리 인하 시 자본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오르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넘나들며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원화 약세→외국인 매도→금융불안이라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통화정책의 자유도도 낮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차이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면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달러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해 외국인 투자의 금리 메리트를 지켜야 한다. 이른바 '금리를 내리면 위험, 올려도 위험'인 비대칭 구조다.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하며 4주 만에 반등했고,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2조6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금리 인하가 다시 부동산 과열과 빚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경기 흐름만 보면 금리 인하 명분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은 올해·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1.0%, 1.8%로 올려 잡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 민간 소비도 개선되고 있다. 다만 환율발 물가 압력이 상존해 내년 물가도 2.1% 수준을 예상했다.
금리 결정에서 환율의 영향력이 물가 영향력을 능가하는 특징 역시 신흥국 통화정책의 전형적인 제약이다. 원화가 약해지면 원자재·수입물가가 동시에 올라 금리 인하가 오히려 물가 불안과 금융불안을 함께 초래한다.
정책 문구도 달라졌다. 금통위는 이번 의결문에서 기존 '금리 인하 기조 유지' 대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인하 없이 장기 동결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최소 내년은 변경 없다고 보고, 후년 상반기 정도도 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내년은 동결, 그 후년도 상당 기간 동결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안정 부담 때문인데, 이 부분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며, "인상 카드도 비대칭적으로 성장과 물가가 받쳐줘야 하지만, 금융안정이 막고 있어서 한국은행이 장기간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유지에 대해 동의를 하면서도 내년 추가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동결을 이어갈 것 같다"며, "한은 총재 임기가 내년 4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 전후로는 통화정책 공백이 있어 7월 정도는 돼야 금리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내년 7월에 다시 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수 있다"며, "과거에는 반도체 수출이 좋을 때 글로벌 긴축이 뒤따랐지만, 지금은 산업 사이클과 경기 사이클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고, 환율·부동산 문제 때문에 당분간 인하는 어렵지만, 총재 교체 이후엔 추가 인하가 필요할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은 환율·자본흐름·부동산·물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다중제약 환경에서 한은의 선택권은 좁고, 기준금리는 당분간 봉인된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