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배터리법 후속 입법 지연....우리 측 "불확실성 해소" 요청
한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미래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의 경제·기술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를 포괄하는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격상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27일 서울에서 헨나 비르쿠넨 EU 수석부집행위원장과 면담하고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면담은 기술주권과 안보, 디지털 전환 등 EU의 핵심 의제를 총괄하는 비르쿠넨 수석부집행위원장의 방한을 계기로 성사됐다.
최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측은 급변하는 국제 경제환경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EU가 오랜 기간 쌓아온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안보와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의견을 모았다.
먼저 반도체 분야에서는 양측의 상호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활용한 공급망 협력이 강화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EU는 차량용 반도체와 첨단 장비에 각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이러한 구조적 특성에 주목해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AI 분야에서는 데이터 연계와 표준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우리 정부는 EU의 산업데이터 플랫폼인 '매뉴팩처링-X(Manufacturing-X)'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매뉴팩처링-X’ 구축 계획을 공유하고,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국제 인공지능(AI) 표준 서밋'에 EU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며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공조를 당부했다.
미래차 전환을 위한 협력도 구체화했다. 양측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기차 전환과 충전 인프라 확충, 자율주행 통신·데이터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 정부는 EU 측의 행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를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EU 배터리법은 발효됐으나 탄소발자국 산정 방식 등 기업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은 ‘후속 입법(위임입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세부 기준 확정이 지연됨에 따라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규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비르쿠넨 수석부집행위원장에게 우리 기업들의 이같은 우려를 전달하고, 입법 과정에서 정책적 형평성과 정합성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EU 내 배터리 생산역량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역내 생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 확대 지원을 당부했다.
EU의 철강 신규수입규제안에 대해서도 우려사항을 제기하고 원만한 해결을 요청했다.
양측은 또 유레카(Eureka) 등 다자간 기술협력 플랫폼을 통한 성과를 재확인하고, 향후 첨단기술 연대 차원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번 면담을 계기로 고위급 협의 채널을 활성화해, 논의된 의제들을 구체적인 사업 협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