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산단에 사실상 최후통첩⋯전기료 인상·특별법 제정 등 지원책도 논의
정부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인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LG화학 등 기업들에 대해 고강도 사업재편을 주문했다. 내달 말까지 구조개편 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기업은 향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겠다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여수 산단에서 열린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에 참석해 나프타분해시설(NCC) 보유 기업들에게 이같이 경고했다. 올해 9월 울산 간담회에 이은 두 번째 현장 압박 행보다.
김 장관은 "대산이 사업재편의 포문(gate)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재편의 운명(fate)을 좌우할 것"이라며 여수 업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대산의 사례'는 이날 산업부에 공식 접수된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계획 승인 신청 건을 의미한다. 제출된 계획안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사업을 분할한 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양사는 구조적 과잉 문제로 지적돼 온 NCC 및 범용 석유화학 설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올해 8월 정부가 구조개편 로드맵을 제시한 이후 기업이 구체적인 안을 확정해 제시한 첫 번째 사례로, 정부가 제시한 기한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진행됐다.
김 장관은 "올해 8월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내달 말이며 이를 연장할 계획은 없다"며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며 향후 닥칠 대내외 위기에 대해서는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등이 NCC 통합 방안을 놓고 컨설팅을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번 압박으로 여수는 물론 울산(SK지오센트릭·에쓰오일·대한유화) 등 다른 석유화학 단지의 눈치싸움도 끝을 맺고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LG화학 현장을 방문해 고부가 사업으로의 전환을 독려했다. 그는 "LG화학은 국내 업계 중 R&D 투자 최고 수준의 선도기업"이라며 "이번 재편을 통해 기존 설비를 합리화하고 글로벌 스페셜티(Specialty)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유관 기업 간담회에서는 업계의 호소도 쏟아졌다. 기업들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토로하며, ‘석유화학 특별법’의 조속한 시행과 대미 투자 비자 문제 해결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요금 조정 시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전력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21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석유화학 특별법'은 내년 1분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업황 부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수, 서산, 포항, 광양 등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및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김 장관은 "지역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축을 세울 수 있도록 권역별 성장엔진을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