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나 ‘불필요한 규제’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으로 구성된 이른바 ‘온플법’의 국회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논의하는 데 그쳤다.
정무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당분간 처리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도 “지금까지 온플법이 소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여야 입장을 듣고 논의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지연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14일 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이미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온플법 추진을 사실상 보류해왔는데, 이번 합의로 입법 동력이 더욱 약화된 셈이다.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과 ▲배달앱 등 플랫폼에서 수수료 상한제, 정산 주기 단축, 단체 교섭권 보장 등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으로 구성돼 있다. 플랫폼 사업자 규제와 입점 업체 보호를 동시에 겨냥한 법안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 논의와 플랫폼 규제가 구글·애플·메타 등 자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추진 중단을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가 차별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미국 업계와 정치권의 우려는 거세게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이후 새로운 형태의 법안이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무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법안명과 내용 등 수정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추후 당정 협의를 통해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분간 입법 추진보다는 현행 제도 활용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법 체제에서도 독과점 플랫폼 규율을 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적시성 있는 실효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있고, 학계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구체화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