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전량 달러 결제…환율 10원에 수백억, 100원에 수천억 비용 급증
원가ㆍ외화부채ㆍ수요까지 흔드는 고환율…항공업 전방위 압박
유가보다 환율이 더 큰 변수…항공사 실적 민감도 커져

고환율이 항공사 원가 구조를 사실상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항공유는 전량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환율이 1달러당 10원만 변동해도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연료비가 수백억 원씩 출렁인다.
29일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9월 항공유를 총 21억5570만 달러어치 샀다. 이 금액을 현재 환율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3조1807억 원 정도다. 항공유는 달러 결제이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오르면 같은 달러 금액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는 구조가 된다. 단순 계산으로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대한항공의 항공유 비용은 약 216억 원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같다. 같은 기간 항공유 매입액은 10억5867만 달러(약 1조5620억 원)로 집계됐다. 여기에 환율 10원 변동을 반영하면 비용 증가폭은 약 100억 원에 달한다. 항공유 구매 규모가 대한항공의 절반 수준이라 환율 민감도 역시 절반가량으로 나타난다.
항공사는 국제유가보다 ‘환율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연료 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지만 환율이 조금만 변해도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환율 흐름이 ‘10원 변동’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연중 최저치(1350원)에서 5개월 만에 1470원대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1달러당 100원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항공유 비용이 약 2150억~216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1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항공업은 구조적으로 외화 결제 비중이 높다. 항공유뿐 아니라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공항 사용료 등 주요 비용 항목 상당수가 달러에 연동돼 고환율이 지속할수록 원가 압박은 누적된다. 여행 수요 위축 가능성까지 겹치면 이익 방어는 더 어려워진다.
재무 구조상 환율 리스크도 뚜렷하다. 대한항공은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가 약 48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외화평가손실이 약 480억 원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환율 10% 변동 시 세전순이익 영향 규모가 4588억 원으로 공시돼 있다.
항공사들은 통화·이자율 스왑(Swap) 등 파생상품을 통해 일정 부분 환위험을 헷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연료·리스 등 필수 비용의 달러 노출은 구조적으로 피하기 어렵워 고환율 국면이 길어질수록 항공사 손익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항공사들은 연료비 절감, 노선 수익성 재점검 등 구조 점검이 불가피하다“며 “환율 변수는 당분간 실적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