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력에 굶주린 남태평양 섬나라…한줄기 빛이 된 'K-수력발전'[솔로몬제도의 빛]

K-water 티나 수력발전소, 年78.8GWh 생산…28년 가동
호니아라 전력 70% 책임…'최고 수준' 전기료 40%↓ 기대

▲20일 오전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의 티나강 유역에서 수력발전 댐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던 20일 오전 11시. 인구 84만 명 규모의 남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서 동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티나강 유역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주도하는 솔로몬제도 최초의 수력발전 댐·발전소 공사가 한창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과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려 온 솔로몬제도의 전력지도를 바꿀 '티나 수력발전사업' 공사 현장이다.

▲티나 사업 현장으로 가는 길. 좁은 길 반대편에서 거대한 덤프트럭이 다가올 때 아찔함을 느꼈다. 하지만 조한용 부장의 능숙한 운전으로 사고 없이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호영 기자)

11월에 체감온도 34도. 몇 분만 서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르는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호니아라국제공항 인근 호텔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까이 달려 티나댐 건설 현장에 도착하자 'V' 자 모양의 웅장한 협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RCC(롤러다짐콘크리트) 공법의 높이 71m·폭 232m 역삼각형 모양을 한 본댐이 세워질 자리다. 본댐 구간 상류부에서는 같은 공법을 사용한 가물막이(coffer dam)를 조성하고 있었다. 본댐 자리로 흐르는 강물을 막고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진동 롤러카는 굉음을 내며 층당 높이 30㎝의 상류 가물막이용 콘크리트층을 다졌다. 작업은 이제 2층째. 목표는 총 45층(높이 13.5m)이다.

▲티나댐 조감도. (한국수자원공사)

본댐 구간으로의 강물 차단을 위한 우회 배수로, 자갈·토사 등으로 만든 1차 가물막이(primary coffer dam) 공사는 앞서 마무리됐다. 상류 가물막이가 완성되면 하류부에도 추가로 가물막이를 지어 물길을 완전 차단해야 한다. 상·하류 가물막이가 모두 설치되면 강바닥의 단단한 암반이 드러날 때까지 굴착해야 비로소 본댐 기초공사가 시작된다.

티나댐 하류 발전소로 물을 보내는 수로터널(길이 3.2㎞)은 다이너마이트 발파 대신 TBM(터널 굴진기) 방식으로 뚫는다. 원통형 커터가 회전하며 암반을 깎아내는 공법으로, 굴진 속도가 빠르고 소음·진동이 적어 지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현장에는 이미 TBM 장비가 반입돼 있었다.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저수용량 700만㎥의 본댐에 차오를 물은 이 수로터널을 거쳐 설비용량 15MW(메가와트)의 수력발전소로 흘러간다. 연간 발전량은 78.8GWh(기가와트시). 호니아라 전체 전력 수요의 70%에 해당한다. 현재 솔로몬제도 전력 97%는 화석 연료인 경유(디젤) 발전이다. 비싼 전기료, 연료 수급 차질 등으로 전력난이 일상인 솔로몬제도에 필수적인 에너지 전환 사업인 셈이다.

▲20일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 티나강 유역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취재진과 현지 관계자들 뒤편에 티나댐 수로터널 출구가 뚫려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총사업비 2억7200만 달러 규모의 티나 프로젝트는 솔로몬제도 최초 민관협력(PPP) 사업이다. 2015년 국제입찰로 사업권을 따낸 K-water와 현대엔지니어링(HEC)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인 티나수력발전유한회사(Tina Hydropower Limited·THL)를 설립했다. HEC는 건설 공사, K-water는 준공 후 운영·관리를 맡는다. 재원은 THL 자본금 5%, 솔로몬제도 정부 차입금 95%로 구성됐다. 차관단은 세계은행(WB), 녹색기후기금(GCF), 아시아개발은행(ADB),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호주태평양인프라파트너십신탁기금(APIP), ADFD(아부다비개발기금) 등 6개 기관이다. 무상공여 비율은 현재 20% 내외에서 4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티나 수력발전소는 2028년 2월 상업운전이 목표다.

K-water는 티나댐·발전소 준공 후 30년간 운영·관리를 맡아 솔로몬전력청에 전력을 판매하고 소유권을 넘길 예정이다.

티나 수력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현지 전기요금은 30~40% 정도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kWh당 전기료는 0.81달러 수준으로 한국(0.12달러·9월 기준)과 단순 비교해도 6~7배 높다. 솔로몬제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2000달러 남짓의 최빈국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솔로몬제도 정부 등은 티나 수력발전을 통해 전기료를 kWh당 0.5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EC가 호니아라 티나 캠프에 마련한 컨테이너 한식당에서 K-water 직원이 식판을 채우고 있다. (정호영 기자)

THL CEO로서 현지에서 3년 이상 티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조한용 K-water 솔로몬SPC 부장은 "높은 전기료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은 티나 사업의 성공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며 "솔로몬제도의 경제발전 초석이 될 역사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THL에는 조 부장을 포함해 한국인 3명과 현지·제3국 직원 등 17명이 근무 중이다. 티나댐과 발전소 건설을 도맡는 HEC에도 한국인 29명 등 10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HEC는 댐 건설 현장에서 약 16㎞ 떨어진 티나 캠프에 컨테이너 식당을 마련했는데 이 나라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한식을 뷔페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날 점심 메뉴는 돼지갈비와 양배추쌈, 채소튀김, 제철과일 등이었다. 맛은 보장되지만 한 끼 100솔로몬제도달러(약 1만8000원)의 가격은 제값을 내야 하는 HEC 외 직원들에게는 부담이다.

솔로몬제도 정부는 티나 프로젝트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날 호니아라 재무부 청사에서 만난 맥키니 덴타나 재무부 차관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높은 전기료를 낮추는 것이고, 티나 프로젝트는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K-water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딜라이아 호메오 솔로몬전력청장은 "목표는 2050년까지 호니아라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며 "티나 발전소가 충당할 수도 전력 70% 외 나머지 30%도 태양광, 수력 등으로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