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 산유국 반발에 화석연료 배제 합의
미국 불참에 산유국 득세였다는 지적도

22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애초 예정된 폐막일을 하루 넘겨 폐막했다.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선언문에 넣는 것을 놓고 마지막까지 회원국 간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끝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선언문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기존 약속을 이행하도록 대응을 가속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2035년까지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던 자금을 최소 3배로 늘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가장 이목이 쏠렸던 화석연료에 관한 언급은 선언문에서 배제됐다.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화석연료 사용을 더 빠르게 중단하길 원했던 80여 개국과 화석연료 퇴출 계획에 반발한 산유국들이 맞붙은 결과다. 접점을 찾지 못한 탓에 회의 기간이 지나서까지 협상은 이어졌고 결국 EU 회원국 대표들이 한발 물러나면서 선언문이 채택됐다.
채택 후에도 회원국들은 갈등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기후 대표인 다니엘라 두란 곤살레스는 “콜롬비아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 이상이 화석연료에서 비롯됐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믿는다”며 “기후변화 부정론에 의해 강요된 합의는 실패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반면 세르게이 코노누첸코 러시아 대표는 “모든 과자를 전부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처럼 행동한다”며 조롱해 현장에 있던 다른 국가 대표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과거 독일 기후 특사였던 제니퍼 모건은 “미국의 불참이 이번 협상의 구멍이었다”고 지적했다. 그간 EU나 영국을 지지해오던 미국이 불참하면서 산유국들의 압박에 밀렸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고 올해 2기 들어 재차 탈퇴를 발표했다. 유엔에 탈퇴를 통보하고 1년 뒤 효력이 발생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이번 회의부터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모건은 “12시간에 걸쳐 밤새 협상을 하는데 누구도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COP30은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이 폐막 연설에서 화석연료를 언급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와 급증한 기후재난에 대한 대응에 더 신속하게 나서길 원했다”며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다.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과 회복력 강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회원국들에 기후변화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듯 2주간의 회의 기간 곳곳에서 기상 관련 악재가 겹쳤다. 폭우가 쏟아져 회의장이 침수되는가 하면 덥고 습한 숙소 환경에 대표단이 애를 먹기도 했다.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행사장에 난입해 참석자들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